"러 연계세력, 몰도바 선거개입 확인…가짜뉴스·여론조사 동원"
BBC 탐사…"텔레그램서 허위주장 게시 교육, SNS 포스팅하면 월 24만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러시아의 자금 후원을 받는 비밀 조직이 동유럽 국가의 선거에 방해 공작을 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위장잠입 탐사보도 결과, 오는 28일 열리는 몰도바 총선을 앞두고 친(親)러시아 선전과 친유럽 성향의 집권 여당에 불리한 가짜뉴스를 올리면 돈을 주겠다는 비밀 네트워크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가담한 자들은 친러시아 성향의 야당 지지자들을 찾아 비밀리에 기록하고 소위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
있지도 않은 기관 명의로 진행된 여론조사는 그 자체로 불법이었지만, 여당의 패배를 암시하는 결과가 온라인에 공개됐다.
그러나 공식 여론조사에선 마이아 산두 대통령의 행동과연대당(PAS)은 친러시아 성향의 애국선거연합(BEP)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BBC는 문제의 비밀 네트워크와 몰도바의 재벌 일란 쇼르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일란 쇼르는 친러시아 사업가이자 정치인으로,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미국, 영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지금은 모스크바에서 도피 생활 중이다.
이 네트워크는 '에브라지아'라는 비영리단체와도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쇼르와도 연결된 에브라지아는 작년 EU 가입에 대한 국민투표 당시 몰도바인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도록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EU, 영국,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됐다.
당시 국민투표에선 찬성 50.35%로, 가까스로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BBC는 내부 고발자가 제공한 텔레그램 링크를 통해 이 네트워크에 침투,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확인했다.
기자를 포함 35명이 비밀 온라인 세미나에 위장 잠입했고, '주방에서 나아가 국가 지도자로 거듭나는 법'과 같은 주제로 공작원 활동을 위한 준비 교육을 받았다. 챗GPT를 이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작성하는 법도 교육 내용에 있었다. 배운 내용에 대해 정기적으로 시험도 봤다고 한다.
이후 몰도바 동부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 출신인 코디네이터에게서 역할을 받았는데, 그는 틱톡과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리면 매달 3천 몰도바 레이(약 24만원)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돈은 러시아 은행인 프롬스비야지방크(PSB)로부터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PSB는 쇼르 소유 기업의 주주이기도 하다.
BBC 기자가 받은 지시 내용 중에는 허위 주장도 포함돼 있었다. 현 몰도바 정부가 선거 결과를 조작할 계획이라는 점, 산두 대통령이 아동 인신매매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 같은 것이었다.
BBC는 이 네트워크가 최소 90개의 틱톡 계정으로 구성됐으며, 일부는 언론 매체로 위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1월 이후 동영상 수천개를 올려 총조회수 2천300만회, '좋아요' 86만개를 받았다. 인구 240만명인 몰도바에선 엄청난 숫자다.
비오렐 체르나우테아누 몰도바 경찰청장은 BBC에 "작년 (일란 쇼어) 활동의 초점이 돈이었다. 올해의 초점은 허위정보 유포"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위치한 몰도바는 규모는 작지만, 유럽과 러시아 모두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나라다.
옛소련에 속했던 몰도바는 1991년 독립했으나 러시아의 간섭이 지속되면서 정세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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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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