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발생한 수백 억 원대 전세 사기 일당의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들을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추가 수사에 나섰다.
대전유성경찰서는 유성구 일대에서 보증금을 편취하는 방법으로 전세 사기를 저지른 임대업자 조모(51)씨와 임모(57)씨 등 일당에 대한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조씨 등은 이미 사기죄가 인정돼 1·2심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다수가 조씨 등에 대한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이달 중순쯤 고소장을 냈다”며 “별건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길지는 조사를 더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전세 사기 피의자들은 통상 사기죄와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처벌을 받는다. 단순 사기죄로 처벌하면 범죄 수익 환수가 어렵지만, 범죄단체조직죄는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다. 법원에서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되면 범행을 주도한 이들 외에도 나머지 공범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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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조직적으로 범죄 구상”
경찰이 전세 사기 피의자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첫 사례는 2021년~2022년 사이 벌어진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다수의 인원이 공동의 목적을 갖고 범죄를 저지른 점에 비춰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대전 전세 사기 피해자들도 같은 이유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조씨와 임씨에게 피해를 본 90여명은 고소장에서 이들 일당이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 범죄를 구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의자들이 금융기관 내 임직원과 브로커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경제적 협업 관계를 형성한 뒤 부실 대출을 바탕으로 피해자를 계속 양산하는 전략적인 방식으로 범행을 구상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전세 사기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는 대전 지역 일부 새마을금고와 일부 신협 임직원들도 공범으로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소했다.
대전 전세 사기 사건은 2023년께 유성구 전민동·문지동 일대에서 거주하던 20~30대 사회초년생 등 피해자가 보증금 수백 억원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드러났다. 임대업자인 조씨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공인중개사들과 공모해 세입자 140여 명과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 만기에도 보증금 155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2심에서 사기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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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상당수 20~30대 사회초년생
임씨는 다가구주택 36채를 사들여 210억 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는 2017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대전 유성 지역에서 198명의 피해자와 전세 계약을 맺은 뒤 218억3300만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임씨는 건물 매입과정에서 대부분 비용을 은행 대출금과 건축업자로부터 대여한 차용금으로 충당했다. 보증금을 반환할 여력이 없으면서도 임대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대전 전세 사기 피해자 측은 “수도권에서는 전세 사기 피의자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다”며 “대전에서는 심지어 금융·은행권까지 연루된 만큼 고소장에 적시된 이들 외에도 인지수사를 통해 수사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