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22일 0시 무렵 윤석열의 반려견 ‘토리’의 사진을 모아둔 ‘토리스타그램’ 계정에 뜬금없는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다. 그건 핵폭탄이었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중략)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그로부터 3일 전인 10월 19일 나온 이른바 ‘전두환 옹호’ 발언은 빗발치는 사과 요구에 직면했다. 하지만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이하 경칭 생략)는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버티다가 21일이 돼서야 두 번에 걸쳐 간략하게 유감과 송구스러움을 표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몇 시간 뒤에 뜬금없는 ‘개 사과’ 게시물이 올라온 것이었다. 사과 요구에 대한 비아냥 섞인 불만 표출, 보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사과는 개나 줘라’고 반박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게시물이었다.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홍보 참사’였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캠프에서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정작 공식 라인에는 그런 실무자 자체가 없었다. 캠프에서 작성자 색출에 나섰지만, 공식 홍보 라인에 있었던 이들은 모두 “내가 올린 게시물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결국 남은 건 단 하나, ‘여사 라인’이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이하 경칭 생략)는 당시만 해도 ‘개사과 사태 주범’이라는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 무렵 그는 중앙일보의 확인 전화에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제가 반려견 ‘토리’의 인스타그램을 관리한다고들 하는데요, 사실 저는 그럴 정신이 없어요. 지금 모든 정신이 검찰 수사와 내가 얽힌 이런저런 데 가 있어요. 한가하게 사진 올리고 할 정신이 없어요. 그날도 저는 백신 접종을 해서 종일 누워 있었어요. 밤에 자기 회사 일 마치고 온 자원봉사자가 내 사무실(코바나컨텐츠)로 토리를 데려가 찍은 거예요.”
이 해명은 과연 사실일까.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 무렵 그가 처해있던 상황부터 살펴보자.
「
“사라져야 할까요?” 울먹이던 김건희의 반전 행동
」
“저를 왜 이렇게까지 미워할까요?”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이라는 괴문서가 나돌던 2021년 여름. 휴대폰 너머의 김건희 여사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울먹거렸다. 괴문서 중에서도 그의 과거 사생활에 대한 루머를 정리한 부분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한참 오르내리던 때였다.
그 루머는 급기야 그해 7월 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및 대선 출마 선언 시점을 전후해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벽화의 형태로 시각화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얼굴을 본뜬 듯한 여성의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글이 병기된 그 벽화 말이다. (이하 경칭 생략)
보수 인사인 A는 그때쯤 김건희와 나눈 통화 내용을 또렷이 기억했다. ‘X파일’이 회자하면서 자택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틀어박혀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하고 있던 김건희는 A의 전화를 받자 목이 메는 듯했다. 그는 억울해했다.
“‘X파일’이 사실이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믿어주지를 않아요.”
느릿한 어투, 허스키한 목소리로 감정을 쏟아내던 그는 급기야 극단적인 언급까지 했다.
“제가 사람들에게 악마처럼 돼가고 있어요. 세상에서 사라져 버려야 할까요?” 그는 그러곤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 정말로 사라졌다. 대중은 오랫동안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김건희는 이면에서 근신하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