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엔조 마레스카 첼시 감독까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퇴장으로 경기를 망친 로베르트 산체스(28)가 비판의 중심에 섰다.
첼시는 21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1-2로 패했다.
일격을 맞은 첼시는 2승 2무 1패, 승점 8점에 머무르며 6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맨유는 2승 1무 2패, 승점 7점을 기록하며 9위로 뛰어올랐다. 직전 라운드 '맨체스터 더비' 0-3 대패의 상처를 조금은 씻어내는 승리였다.
이날 첼시는 경기가 시작된 지 4분도 되지 않아 10명으로 싸우게 됐다. 산체스가 자신과 일대일로 맞선 맨유 공격수 브라이언 음뵈모를 다리로 걸어 넘어뜨리며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은 것.
반칙을 보자마자 엔조 마레스카 감독도 좌절할 만큼 명백한 퇴장이자 첼시 역사상 프리미어리그 최단 시간 퇴장이었다. 산체스는 고개를 떨군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마레스카 감독은 곧바로 이스테방 윌리앙과 페드로 네투를 대신해 골키퍼 필립 요르겐센, 센터백 토신 아다라비오요를 투입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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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적 열세는 이겨내기 힘들었다. 맨유가 빠르게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15분 파트리쿠 도르구가 누사이르 마즈라위의 크로스를 머리에 맞혔고,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달려들며 오른발로 공을 밀어 넣었다. 오프사이드가 의심되기도 했으나 비디오 판독(VAR) 끝에 득점 인정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첼시는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전반 21분 콜 파머를 불러들이고 안드레이 산투스를 투입해야 했다. 파머는 최근 다쳤던 사타구니 부위 통증이 재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스를 잃은 첼시는 추가 실점마저 허용했다. 전반 37분 리스 제임스가 마즈라위의 크로스를 멀리 걷어내지 못했다. 높이 떠오른 공을 해리 매과이어가 헤더로 연결했고, 골대 앞에서 카세미루가 재차 머리로 밀어 넣으며 2-0을 만들었다.
첼시도 전반 추가시간 카세미루의 퇴장으로 희망을 얻었고, 후반 들어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 18분 웨슬리 포파나의 만회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됐고, 후반 35분 트레보 찰로바의 득점으로 한 골 따라잡은 게 전부였다. 결국 반칙만 27개를 주고받은 대혈투는 맨유의 1골 차 승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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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첼시로선 산체스가 퇴장당하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산체스의 퇴장과 다급한 교체로 모든 계획이 꼬이고 말았다. 그는 4분도 채우지 못하고 퇴장당한 탓에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을 기준으로 평점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경기 후 마레스카 감독도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경기가 시작된 지 3, 4분 만에 나온 퇴장이라 아쉽다. 그런 상황에선 우리뿐만 아니라 그 어느 팀이라도 어려워졌을 것"이라며 "레드카드가 경기를 바꿔놨다. 준비했던 모든 게 쓸모없어졌다"라고 한숨 쉬었다.
또한 마레스카 감독은 "차라리 음뵈모에게 골을 허용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 거다. 아직 95분 정도 경기를 더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산체스도 알고 있었겠지만, 골키퍼로서 1, 2초 안에 판단을 내려야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선 3분 만에 한 골을 허용하는 게 선수 1명을 잃는 것보다 낫다"라고 덧붙였다.
산체스의 퇴장 직후 그를 허망하게 쳐다보는 동료 찰로바의 표정도 화제를 모았다. 찰로바는 "오늘 경기는 전체적으로 충분치 못했다. 처음 15분은 올 시즌 최악이었다. 전반전에 매우 힘들었다. 10명으로 뛰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라고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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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체스는 지난 2023년 여름 브라이튼을 떠나 첼시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종종 저지르며 팬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시즌엔 프리미어리그 선방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빌드업은 물론이고 골문을 지키는 데 있어서도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맨유전에서도 경기를 망친 산체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첼시 팬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산체스는 "여러분, 오늘 내가 한 일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 팀은 후반 들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라고 적으며 고개 숙였다.
그럼에도 첼시 팬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골닷컴'에 따르면 이들은 "우리는 여름 내내 골키퍼를 사라고 말했다", "몇 번이나 이 꼴을 겪을 건가? 새 골키퍼를 구해라!", "최악의 출발이다", "산체스는 말 그대로 뇌세포가 0개다. 하지만 토드 베일리 구단주와 마레스카는 그를 가족보다 더 사랑한다", "이만큼 돈을 쓰고 산체스가 어떻게 주전 골키퍼인 걸까?"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골닷컴은 "많은 전문가와 비평가들은 첼시가 산체스가 골문을 지키는 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고 믿는다. 그는 뛰어난 운동신경을 지닌 골키퍼지만, 성급한 결정과 대가가 큰 실수를 저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체스는 요르겐센을 제치고 1번 골키퍼로 낙점받았지만, 이번 실수로 선발 자리가 위험해질 수 있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