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배우 김고은이 ‘은중과 상연’을 통해 지나간 이별들을 돌이켜봤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은중과 상연’ 주연 배우 김고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김고은 분)과 상연(박지현 분)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 10대 시절 은중의 학교로 상연이 전학을 오며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20대 대학 동아리에서의 재회, 30대의 불편한 만남을 거쳐, 40대에는 ‘상연’의 조력사망을 위해 스위스로 동행하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지난 12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편이 공개된 가운데, 김고은은 완성본을 본 소감을 묻자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작품으로 나온 것 같아서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작품이 나오면 주변 지인분들한테 연락이 오긴 하는데 이번에는 배우 선배님들이 연락 많이 주셨고 업계 계신 분들께서 유난히 많이 주신것 같아서 ‘잘 봐주시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은중과 상연’에 대해 “소설책 같다고 느껴줬으면 한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던 그는 “저희 얘기는 사실 마지막을 향해 가는 이야기라고 생각 들었다. 책에 비유를 하고싶었던게 책은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 다 읽었을때 완성이 되는 느낌이지 않나. 이 작품을 연기할때도 그렇지만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듯한 작품같다.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나가는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작중 은중과 상연은 친구였지만, 질투와 동경의 감정을 오가며 멀어지게 된다. 특히 상연은 은중을 향한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에 그의 기획을 가로채 성공을 거두기도 했던 바. 김고은은 배우로서 상연이 이해가 됐고고 묻자 “그렇다”고 즉답했다. 그는 “우리 모두라고 애기할순 없지만 저는 은중이일 때가 있었고 상연이일 때가 있었다. 물론 친구한테 그렇게 행동하는, 그 모든 걸 이해한다 말할 순 없지만 그렇게 할수밖에 없는 마음에 대한 이해가 있다.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것, 그런 마음을 갖게 되면 사람이 모나지기도 하고 생각이나 시야가 좁아지기도 한다.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그럴수 있겠단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대사가 ‘아이가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이 그렇게 된다’는 말이다. 물론 저는 아이는 아니지만, 한번 어떤 생각이라는 게 스쳐서 들고 그 생각이 자리를 잡으면 하나의 세상이 만들어진다. 그 세상에 들어가는 건 한순간이고 쉬운데 나오기까지가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나오기 위해 발버둥쳤던 시간이 떠오르면서 상연이는 정말 뒤늦게 어떻게든 나왔구나. 그게 물론 죽음을 앞둔 상황이지만 그래도 어쨌든 나와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고, 그 대사를 들었을때 안타까워서 사무치더라. 조금 더 일찍 나왔으면 상연이의 삶은 좀 더 달랐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사진]OSEN DB.
자신 역시 “은중이고 싶어하고, 은중이처럼 살려고 하지만 때때로 상연이같은 모습들이 나올때가 있다”고 털어놓은 김고은은 “마음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마음에 병이 날때도 있지 않나. 그때가 가장 경계해야되는 순간인 것 같다. ‘절대 안 돼’, ‘저 세상에 들어가지 않으리’ 하고. 저는 한번 들어가본적이 있다. 그게 너무 무섭더라. 발악을 하면서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자존감이 너무 떨어지니까 생각의 회로가 정말 모나지는걸 스스로 경험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자격지심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어릴때는 ‘저사람 너무 별로다’라고 스스로 생각하거나 단정지어버리고, ‘같이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들이 있었는데 제가 자격지심이 너무 심한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하니까 그런 스스로가 보이더라. 내가 싫어하는, 너무 힘들어했던 유형의 인간이 내가 됐을때 발버둥 치면서 나오고 다시 자존감이 올라가기까지의 몇년이 어려웠다. 그래도 그 경험을 하고 나니까 이타심이 굉장히 크게 생겼다. 그 이후로도 마음이 아플것 같다는 느낌이 오면 어떻게든 그 방식으로 가지 않으려고 굉장히 자주 저를 들여다보게 되고 대처를 하려고 하게 됐다. 그때는 상연이 같지 않았을까요?”라고 웃었다.
김고은은 상연이 은중이의 인생에서 ‘자연재해같은 인물’이라는 평을 받는 것에 대해 “사실 저는 상연이가 은중이 한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침대 위에서의 대화같은 경우도 은중이가 스위스로 따라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상연이와 함께했던 삶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더라. 거기서 내린 결론을 상연이한테 얘기해주는것 같았다. 너 때문에 망한 느낌이 아니라 사실 내가 너 덕분인 게 훨씬 더 많고, 너 덕분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우리가 올바른 감정을 썼다면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수 있었겠지만 서투름 때문에 관계도 일도 많은것들이 마음같지 않아지는 것처럼 침대 위에서의 대화와 상연이에게 해준 얘기가 은중이의 진심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또 은중이 상연을 거부하지 않고 질긴 악연을 이어간 이유에 대해 묻자 김고은은 “사실 연달아 나오긴 하지만 중간중간에 꽤 긴 시간들이 있었다. 30대때는 정말 일로 엮이게 된거고, 40대에도 10년만에 상연이가 찾아온거다. 그렇게까지 은중이가 상연이를 놓지 못했다는 생각은 안 든다. 어쨌든 30대때 딱 그만 두고 일도 그만뒀던 단호함이 분명히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는 은중이는 상연이에 대해 질투나 샘보다는 훨씬 더 동경이 많았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어릴때 그런 친구 있지 않나. 너무 멋있어 보이고 하는것마다 다 좋아보이고. 은중이한테 상연이는 그게 훨씬 컸던 친구였던 것 같다. 30대때 ‘네가 얼마나 빛났던 아이인지 네가 알면 지금 마음이 망가져서 스스로를 망가트리는 행동을 못할거다’라는 말을 하지 않나. 그게 정말 은중이한테 안타깝고 진심이었던 이야기고, 그만큼 살면서 누군가 봤을때 빛나는 사람, 빛나는 아이같다는 강렬한 감정을 또 느껴봤을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중에게 있어서 상연은 어떤 의미였을까’를 묻는 질문에 “20대때 은중이가 그런말 한다. ‘천상연을 빼놓고 내 인생을 논할수 없다’고. 그런거 아니겠나. 사실 상연이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인생을 전반적으로 돌이켜봤을때 남는 일은 3개밖에 없었다. 그 안에 류은중이 있었다. 저는 관계는 무조건 쌍방이라고 생각한다. 천상연의 인생에 류은중이 남았다면 류은중의 인생에도 천상연이 남았을 거다. 은중이도 스위스로 동행하기 전에 상연이처럼 삶을 돌이켜봤을거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감정 빼고 객관적으로 다시 돌이켜봤을때 ‘내 인생에 남는 일은 천상연’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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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고은은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조력사망을 위해 은중에게 동행을 부탁하는 상연을 설명하던 중 "잘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다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김고은은 “사실 제가 2023년도에 가장 가까운 친구들을 좀 잃었다. 짧은 시간에. 그랬는데 너무 신기하게 2023년도 한 해에 제가 촬영한 작품이 ‘대도시의 사랑법’, ‘은중과 상연’이더라. 그렇게 하려고 한건 아니고 이미 세팅된 상황이었다”고 조심스레 운을 뗐다.
그는 “저는 ‘은중과 상연’이라는 작품은 남겨진 은중이가 상연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상연이의 일기도 보고 그 아이의 입장에서 이 아이의 삶, 나의 삶을 잘 전달해준 이야기지 않나 생각했다. 사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스위스를 따라가는 은중이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해봤을때 ‘잘 보내주고싶다’ 였고, 어떻게 보면 은중이한테도 기회이지 않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정말로 사랑하는 소중한 누군가를 우리가 보내줄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지 않나. 왜냐면 할머니든 누구든 임종을 지키는것도 어려울때도 있고. 근데 마지막 순간에 내가 그래도 침대 위에서 해줬던 그런 얘기도 해줄수 있고, 잘 갈수있게 ‘고생했다’, ‘잘 견뎠다’는 말도 덧붙일수 있다. 그게 참 은중이한테는 좋은 기회였지 않았을까. 남겨진 은중이가 물론 힘들겠지만 저는 마음의 짐이 그래도 덜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그런게 올라오는 것 같다”라고 뭉클함을 전했다.
또 김고은은 실제 자신이 은중과 같은 상황에 놓이더라도 “(스위스로) 같이 가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할머니랑 20대때 6년을 단 둘이 살았다. 대학교 1학년때부터 ‘치즈 인 더 트랩’ 작품을 마칠때까지 6년간 단 둘이 살았는데, 정말 많은 교감을 했었다. 진짜 친구같은 관계였다. 그런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임종을 보겠다고 3일 밤낮을 병원에서 잤던 것 같다. 마지막 순간에 잠들어 있었을 때라 못봤다. 아빠가 깨워서 ‘할머니 가셨어’ 이렇게 얘기해줬는데, 그 며칠 전에 할머니가 제 귀에다 대고 유언을 미리하신 것 같다. 저한테 ‘고은아 너는 베풀면서 살아. 많이 도와주고 많이 베풀면서 살아 알겠지’라고 얘기해주셨고, 저도 할머니 귀에다가 얘기를 해줬다. 물론 내가 딱 그 임종을 지키진 못했지만 3일 밤낮을 할머니 곁에 있었다는거, 이런게 살아가면서도 다행스럽다는 기분을 많이 느낀다”라고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물론 떠올리면 슬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이 훨씬 더 많이 나고 내가 마지막을 잘 동행했다는 마음이 너무 좋더라. 물론 당시에는 많이 힘들기도 하고 혼자 돌아오는 비행기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힘들겠냐. 하지만 시간이 지났을때를 행각해보면 그 선택을 하길 잘 했다고 느낄것 같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고은은 10대 시절을 제외하고 은중의 20대부터 40대까지를 연기했다. 그는 나이별로 중점을 둔 부분을 묻자 “20대 초반은 아직까지는 10대의 기운이 많이 남아있는 시기지 않을까 생각해서 외적으로 볼살이 통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찌우기도 했다. 새내기의 느낌을 냈다. 감정을 다루는게 서툴기도 하고. 30대는 제가 30대에 있었기때문에 20대때랑 30대때 어떤게 달라졌는지 많이 돌이켜봤다. 가장 일을 활발하게 하는 시기지 않나. 일에서 오는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분위기나 에너지가 어떤 직종을 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데, 에너지 뿜뿜하는 직업군에 있었기때문에 걸음걸이나 인사, 제스쳐, 태도들에 담아내려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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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40대초반은 어쨌든 제가 40대를 가보지 않았기때문에 주변을 많이 봤던 것 같다. 저의 생각으로는 물론 40대 중후반이 되면 분위기가 달라지겠지만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을 생각해보면 많이 달라지진 않더라. 괜히 변화를 주는것 보다는 기존의 직업군을 떠나 혼자 글 쓰는 작업이 훨씬 더 많은 세월을 10년동안 지냈기때문에 그런 차분함과 분위기에 대한 변화만 생각했다”며 “20대때와 40대때는 6kg 정도 차이난다. 각각 3kg, 3kg씩 뺐다. 촬영도 순서대로 진행했다. 그럴수밖에 없었던게, 주변인물이 바뀌고 환경 자체가 바뀌는거라 왔다갔다 하면서 촬영할 수 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노력을 전했다.
다만 이같은 노력과 호평들에 비해 ‘은중과 상연’은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적을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 그에 대한 아쉬움을 묻자 김고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처음이라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른다. 근데 들어보니까 1부부터 끝부까지 다 봐야지만 성적으로 친다고 하더라. 회당 시청률처럼 한 회마다 집계되는 그런 느낌은 아닌 것 같더라. 1부부터 15부까지 완주해야 하나를 쳐준다는 느낌같아서 그렇다면 뭐 좋은 작품이니까. 차차 조금씩 느리더라도 오르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러길 바란다”라고 소망했다.
김고은은 가장 여운이 남았던 장면을 묻자 “은중이가 상연이의 편지를 읽었던 장면”을 꼽았다. 40대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는 그는 “물론 보는 사람이 견뎌줘야되는 부분도 있다. 같이 견뎌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40대에서 상연이가 자기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얘기하는 걸 읽었을 때 현장에서도 너무 힘들었다. 저는 스위스 장면이 참 많이 생각이 난다. 지현이가 극 F다. 눈만 마주치면 운다. 사실 저도 너무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순간이 많았는데 앞에서 너무 우니까 눈물이 쏙 들어가더라. 많이 힘들었을거다. 지현이가 맡은 상연이가 우는 역할 아니지 않나. 은중이도 우는 역할이 아니라 울음이 나올것같은걸 견디면서 촬영해서 지현이도 너무 힘들었을거고 저도 그랬다”고 떠올렸다.
이어 “기억에 남는 장면중 하나가 ‘내가 같이 가줬으면 좋겠지? 반대로 말하지 마’라고 하는 장면이다. 원래 그 신이 대사도 더 많았고 더 감정적인 신이었다. 감독님이랑 지현이가 옆에 있을 때 제가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게끔 우리는 서사를 쌓아왔고, 은중이가 절대로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보다 조금은 눈빛이나 호흡으로 포즈가 생겼을때 두 사람의 30년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대사를) 다 지우고 그 한 대사만 남겨놨고, 상연이도 ‘응’ 하나만 했다. 그걸 보면서 너무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했다”고 여운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상연을 보내고 홀로 남게 된 은중에게 하고 싶은말을 묻자 “잘 했다”고 말했다. 김고은은 “은중이는 자기를 잘 지키는 아이기 때문에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게 나쁘거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영향이 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