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각종 사기 수법 별로 팀을 짜 국내 피해자로부터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일당을 검거했다. 이 조직은 태국 파타야 리조트에서 숙식하면서 사실상 ‘범죄 종합 회사’처럼 운영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태국에서 활동하던 사기 조직원 25명을 검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과 별도로 조직 총책 A씨(31) 등 9명은 태국 경찰에 붙잡혀 국내 송환이 추진되고 있다.
A씨 등은 범죄단체 ‘룽거컴퍼니’를 운영하며 지난해 7월부터 지난 7월까지 각종 사기 범행으로 피해자 878명으로부터 21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검거된 A씨 포함 3명은 중국 국적이었고, 나머지 조직원은 한국 국적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각종 사기 수법대로 팀을 짜 범행을 저질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피해자에게 접근해 호감을 표시하며 신뢰를 쌓은 뒤 돈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인 ‘로맨스 스캠’뿐만 아니라 암호화폐(코인) 이용 사기, ‘노 쇼(no-show·예약 부도 행위)’ 사기, 기관 사칭 사기 등 종류가 다양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로 단일 수법을 이용하던 기존의 조직적 범행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로맨스 스캠팀은 SNS에서 구한 이성 사진을 이용해 피해자와 친밀감을 쌓고, 가짜 웹사이트에 입금을 유도해 피해자를 속이는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코인 사기팀의 경우 불법으로 확보한 로또 번호 추천 사이트 회원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해서 가입 비용 환불 및 개인정보 유출 피해 보상 명목으로 가짜 코인을 매수하도록 했다.
이들은 단체로 워크숍을 가거나 범행 ‘우수자’에겐 포상을 주며 결속력을 다졌다. 다만 조직원들의 여권을 빼앗고 외출·외박과 개인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등 단체 생활을 엄격히 관리하기도 했다. 총책과 갈등을 빚은 조직원은 흉기로 무차별적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태국 경찰은 지난 6월 파타야 리조트에서 피의자들을 검거했고, 경찰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태국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총책 A씨와 본부장 등 조직원을 추가로 붙잡았다. A씨 등 9명은 현재 태국에 구금된 상태로, 경찰은 이들을 국내로 송환할 계획이다. 이미 국내로 송환된 조직원들 대부분은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임정완 금융수사2계장은 “A씨가 직접 운영하거나 이들과 연계된 다른 조직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범행에 이용된 DB를 입수한 경위나 범죄 수익 등에 대해서 수사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