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학기부터 시행된 고교학점제의 학점 이수 기준이 '학업성취율 40% 이상'에서 '출석률 3분의 2 이상'으로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학점 이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재수강해야 할 과목의 보충 수업 시간도 현재의 60%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22일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16일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17개 시도교육감 회의에서 논의된 고교학점제 개선안 일부를 이같이 공개했다. 현재는 ‘학업성취율 40% 이상’과 ‘출석률 3분의 2 이상’을 모두 충족해야 학업을 이수한 것으로 본다. 다만, 교육부는 이날 김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아직 확정된 안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 교육감은 “교육과정에 대한 결정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서 하게 돼 있는데 일부 위원들이 사표를 낸 상황이라 위원회를 재구성한 뒤 다시 논의해 발표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9일 하기로 했던 고교학점제 개선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취소하면서 “국교위는 물론 관계 기관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해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많은 교사가 요구해 온 ‘최소성취수준 보장제도’ 개편인데, 이를 위해서는 국교위 소관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을 개정해야 한다.
김광수 교육감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이러다 보면 2학기가 거의 다 지나가게 되고 또다시 일선 학교에 혼선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현장 교사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미 2학기 수업이 시작된 데다, 2학기 중간고사도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김 교육감은 이날 “교육부가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와 관련 현재 1학점당 5시수(時數)인 보충학습 시간을 3시수로 줄이는 방안도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는 학점 이수 기준을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의 재수강과 같이 보충 지도를 하는 성격인데, 시수 기준이 완화되면 교사들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3학점 수학 과목을 예로든다면 5시수일 경우 한 학기에 15시간을 더 가르쳐야 하지만, 3시수로 줄어들면 9시간 정도 보충 지도를 하면 된다. 17개 시도교육감들은 최교진 장관과 면담 자리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연간 기록 분량을) 1000자 이내에서 750자 이내로 줄이는 방안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육감은 “고교학점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과목이나 학점 수를 줄여 학생들에게 여유를 주고, 진짜 좋아하는 분야나 전공하고 싶은 교과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였는데 처음에 잘못 꿰매졌다”며 “예를 들어 절대평가가 상대평가가 됐고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애초 의도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교 3년간 총 이수 학점이 204학점에서 192학점으로 줄었으나 경기도교육청은 최고 160학점으로 과감하게 줄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저 역시 동의한다”며 “그런데 학점을 줄이는 것은 국교위의 심의 사항이어서 교육부가 함부로 발표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전했다. 최교진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자체를 취소할 일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