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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예비군 협공에 오세훈 “딱하다”…이미 불붙은 서울시장 선거

중앙일보

2025.09.22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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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속통합기획 무엇을 바꾸었는가?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정부·여당을 향해 작심한 듯 공세를 폈다. 서울시장 선거가 내년 6월 지방선거의 핵심 전장으로 떠오른 가운데 서울시를 겨냥한 여권 인사들의 협공이 이어지자 오 시장이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오 시장은 국회에서 열린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서울: 신속통합기획 무엇을 바꾸었나’ 토론회(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에서 이재명 정부의 9·7 부동산 대책에 대해 “공공 주도 공급 확대가 핵심인데 현실감이 많이 떨어지고 실망스럽다”며 “지난 20년간 서울 주택 88.1%는 민간이 공급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급은 2%에 불과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서는 “돌아가면서 서울시정을 비판하는데, 왜곡된 게 너무 많다. 거짓말 공장 공장장 같다”고 비판했다. 자신이 공들여온 한강버스에 대해 민주당이 전면 감사를 주장하며 날을 세우는 걸 두곤 “혹시라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까 봐 노심초사하는 민주당 행태를 보면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민주당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세빛섬, 한강르네상스 사업 때도 단점을 찾아내고 비난하는 똑같은 행태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엔 국민의힘 소속 서울 구청장들과 함께 ‘서울시·자치구 지방재정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을 앞두고 마련된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정부가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정책 비용을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는 걸 비판하며 “서울은 결코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기지 않겠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한강버스 정류장에서 탑승해 한강버스를 타고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오 시장은 6·3 대선 이후 약 3개월간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대체로 시정에 집중하며 로우키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장 예비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이 협공에 나서는 등 지방선거 전초전이 시작되자 오 시장도 반격 모드로 돌아섰다. 176일 만인 지난 4일 국회를 방문했던 오 시장이 이달에만 두 차례 국회를 찾은 것도 정부·여당을 겨냥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포석이란 평가다.

지방선거가 9개월이나 남았지만 오 시장과 여권의 기싸움이 조기에 불붙은 건 서울시장 선거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해 치러진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됐고,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59.05%를 득표해 송영길 당시 민주당 후보(39.24%)를 크게 이겼다. 하지만 12·3 계엄 및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야권이 직격탄을 맞고, 6.3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며 여권에 불리했던 서울시장 선거판이 어느 정도 균형을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서울시장 선거가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인식이 커졌다. 박주민·박홍근·서영교·전현희(가나다순) 의원과 박용진·홍익표 전 의원 등 예비 후보군이 여럿 부상했고, 일각에선 김민석 국무총리 차출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후보군이 여럿인 만큼 오 시장을 향한 여권 예비 주자들의 날 세우기도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전현희 의원은 지난달 계엄 사태 당시 서울시 청사 폐쇄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 수사를 주장했고, 한강버스 사업을 놓곤 21일 “안정성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 9일과 지난달 14일 서울시의 주택·교통 정책을 비판하는 국회 토론회를 잇따라 열었고, 박용진 전 의원은 18일 라디오에서 “한강버스는 전시행정이자 졸속행정”이라고 저격했다.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건 뒤집어보면 이기지 못할 때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지금까진 윤 전 대통령의 실정에 가려 서울시정의 문제점을 충분히 지적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집중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에 서울시장 후보군이 많다곤 하지만 역설적으로 누구도 오 시장을 압도하지 못하는 인물난”이라며 “그래서 아직 평가가 이른 한강버스 사업을 맹비난하고, 서울시 내란 프레임을 씌우는 등 무리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손국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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