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석아! 엄마 왔어. 엄마 너 잊지 않을게. 고마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들, 많이 사랑해. "
22일 오후 2시쯤 인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전망대.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홀로 구조하다가 순직한 고(故) 이재석 경사의 모친이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오열했다. 하늘고래전망대는 이 경사가 숨진 채 발견된 곳에서부터 약 300m 떨어져 있는 꽃섬과 가장 가까운 육지다.
이날 유족은 이 경사가 생전에 좋아했던 커피와 치킨 등을 차려두고 추모식을 치렀다. 이 경사 모친 A씨는 상을 차린 뒤 “재석이 좋아하던 거 많이 먹고 가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A씨는 고인이 발견된 곳을 바라보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엄마도 너 없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울부짖었다. 직접 준비해 온 꽃다발을 바다에 던지며 “왜 빨리 구해주지 않았나. 빨리 구조하러 왔으면 살았잖아”라고 연신 외쳤다. 고인의 사촌 형 등 유족들은 A씨를 부축하며 바다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봤다.
유족은 인근 어촌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석이가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발견된 것이 너무 원통하다”며 “물이 허리까지 찼다는데 왜 팀장은 팀원을 바로 깨워서 보내지 않았는지, 근무자도 4명이나 있었는데 왜 구하러 가지 않았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당직 팀장이었던 영흥파출소 B경위는 이날 추모식을 찾아와 유족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정복 차림의 B경위는 국화꽃을 들고 “이 경사는 가장 믿고 신뢰하는, 제게도 가장 소중한 팀원이었다”며 “이 경사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다만 유족은 “당신이 여길 왜 오느냐. 재석이 어머니 오기 전에 가라”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온 건지 모르겠다”며 분노했다.
B경위는 취재진을 향해선 “이 경사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원인과 모든 문제점이 사실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화꽃 다발을 한 손에 든 채 갯벌로 들어갔다가 물이 차오르면서 안전사고를 우려한 해경과 소방당국에 의해 제지당했다. B경위의 돌발 행동에 구조대원 등이 긴급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한편 검찰은 ‘인천 해경 순직 사건’ 수사팀을 꾸리고 이 경사 순직 사고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8일 해양경찰청 본청과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아울러 이 경사의 동료들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사고 당시 이 경사가 홀로 출동하게 된 경위와 구조 골든타임 간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 서장이 사건 경위 등에 대한 해명이 아닌 이 경사의 희생적 면모를 부각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지시했다는 유족 주장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