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철기둥은 흔들리지 않는다. 여름 내내 이적설에 시달렸던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가 묵묵히 그라운드에서 증명하며 이제는 독일 현지에서도 ‘핵심 전력’으로 다시 올라왔다.
독일 키커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은 현재 얇은 선수층 때문에 사소한 부상에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민재의 상태는 다행히 심각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2025-2026시즌 개막 전, 독일과 유럽 현지 언론은 바이에른의 수비 자원 정리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김민재의 이름도 꾸준히 거론됐다. 첼시, 맨유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이어지며 매각 후보군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적은 성사되지 않았고, 김민재는 남았다. 불안한 입지라는 평가가 따랐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그는 경기력으로 모든 것을 잠재웠다.
지난 20일 열린 호펜하임과의 원정 경기. 김민재는 선발 출전해 전반 내내 안정적인 위치 선정과 대범한 태클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골문 앞에서 상대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며 팀을 구했다. 수비수의 본능이자, 철기둥의 상징 같은 장면이었다. 후반 22분 종아리 근육에 경련 증세를 보이며 교체되긴 했지만 큰 부상은 아니었다. 독일 키커는 “며칠 내 회복할 수 있는 단순 근육 경련”이라며 “바이에른에 큰 걱정은 없다”고 보도했다.
김민재의 존재감은 기록에서도 드러났다. 호펜하임전에서 그는 패스 성공률 94%를 기록하며 빌드업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지상 경합 승률도 57%로, 상대 공격수를 압도했다. 팀이 수비 라인을 내리고 흔들릴 때도 그는 늘 제자리를 지켰고, 위기 상황을 한 발 앞서 차단했다.
키커는 “여름 이적시장 때는 성급한 평가가 많았다. 김민재는 우파메카노와 조나탄 타 뒤에 있는 듯 보였지만 첼시전에서 교체 출전 후 좋은 인상을 남겼고, 호펜하임전에서는 다시 안정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독일 현지 언론의 관점도 이제는 ‘매각 후보’가 아닌 ‘핵심 수비수’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바이에른은 현재 얇은 수비 자원으로 고전하고 있다. 요십 스타니시치가 부상으로 10월 A매치 휴식기 이후에야 복귀할 수 있다. 만약 김민재마저 장기 결장했다면 뮌헨의 수비 라인은 붕괴 위기를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특유의 강인한 체력과 집중력으로 위기를 가볍게 넘겼다.
김민재의 가치는 단순히 수비에 그치지 않는다.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은 동료들에게 안정감을 선사한다. 위기의 순간마다 몸을 던지는 태클과 과감한 압박은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린다. 그것이 바로 ‘철기둥’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님을 보여준다.
여름 내내 이적이 거론됐던 수비수가 이제는 팀 전술의 중심이 됐다. 바이에른은 다가오는 브레멘과의 홈경기에서 김민재를 중심으로 다시 수비 라인을 꾸릴 예정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신뢰는 두터워지고 있다.
김민재는 늘 그랬다. 나폴리 시절, 세리에A에서 처음 뛸 때도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모든 의문을 지워냈다. 바이에른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시즌에는 기복 있는 기용 속에서도 기회를 잡을 때마다 안정감을 보여줬고, 이제는 부상마저 이겨내며 핵심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