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사진) SK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이 유럽연합(EU) 같은 경제공동체 방식의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2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검토하는 데 대해 “CPTPP 가입도 좋지만, 일본과 완만한 경제 연대가 아니라 EU 같은 완전한 경제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PTPP는 일본 등이 주도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3일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CPTPP 가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여기서 한 발 나아가 한국과 일본이 EU처럼 상호 구속력이 큰 경제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U는 회원국 간 무역·투자 장벽을 없애고, 단일통화(유로화)를 쓰고 있다.
최 회장은 “(한·일의) 교역량이 크게 늘었지만 이제 무역만으로는 함께 경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이어 “(한·일 경제공동체를 실현한다면) 사회적 비용과 경제 안보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미국, EU, 중국에 이어 세계 4위 규모 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과 경제 협력 사례로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를 꼽았다. SK와 일본의 협력에 대해선 “일본 NTT와 반도체 기술 개발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도쿄일렉트론과도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며 “환경이 조성되면 일본에 더 큰 투자를 할 수 있다. 투자 의사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미국·중국이 경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일이 에너지, 핵심 자원 공급망을 공고히 하고 경제안보 분야에서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경제공동체 수준의 협력까지 가려면 한·일간 역사·영토 갈등 등 난제를 풀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사 문제가 경제 관계까지 흔든 전례가 있는 만큼 확고한 신뢰 구축이 먼저라서다.
최 회장은 또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 의장으로서 “(CEO 서밋이) 최근 보호 무역주의 경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할지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한·일 기업인이 모여 미래 협력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 개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