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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조·빈산소수괴·고수온 ‘삼재’ 덮쳐…시름 깊어진 남해 어민

중앙일보

2025.09.22 08:49 2025.09.2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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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경남 남해군 양식장에서 어민이 집단 폐사한 참돔을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적조와 빈산소수괴(산소부족 물덩어리)가 동시에 들이닥친 남해안 양식 어가에서 100억원대 피해가 났다. 적조·빈산소수괴가 함께 오면 양식장에 가둬 키우는 어패류는 도망칠 곳 없이 질식사한다. 여기에 고수온 추정 피해까지 발생했다. 8~9월 사이 이들 어업 재해(災害)가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발생해 남해안 어민 근심이 깊다.

22일 경남도에 따르면 통영·사천·거제·고성·남해·하동 앞바다에서 양식 어류 281만3800마리(19일 기준)가 적조로 폐사했다. 피해 어종은 넙치, 참돔·돌돔·감성돔 등 13종이다. 남해안에 퍼진 유해 적조 생물 ‘코클로디니움’은 생선 아가미에 들러붙어 호흡을 어렵게 해 폐사하게 한다.

지난달 26일부터 집계된 경남의 적조 피해액은 59억550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00년대 들어 경남에서 발생한 두 번째로 큰 적조 피해가 될 전망이다. 지금껏 2500만 마리가 폐사(피해액 216억원)한 2013년 피해가 2000년 이후 가장 컸다. 명절에 출하하려 했던 참돔 등이 폐사를 당하며 추석 대목을 기대하던 어민 얼굴은 잿빛이 됐다.

빈산소수괴(바닷물 용존산소 농도가 낮은 물덩어리층)도 말썽이다. 창원·고성에 있는 홍합·굴·가리비 양식장에서 지난 3~12일 143건의 폐사 신고가 접수됐다. 220㏊ 규모 양식장에서 4406줄(1줄당 길이 100m)에 걸린 패류가 피해를 봤다. 누적 피해액은 45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고성 자란만에 밀집한 가리비 양식장 피해가 컸다. 전체 피해의 60%가 넘는다. 10월 수확을 앞뒀던 가리비는 알맹이 없이 빈 껍데기만 남았다.

통영 욕지도 인근 양식장에선 지난 8일 조피볼락(우럭) 등 300만 마리 넘는 양식 어류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지자체는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로 보고 조사 중이다. 지난달 초 욕지도 주변 수온은 우럭이 견디기 힘든 28~29도까지 치솟았다.

고수온·빈산소수괴에 더해 2019년 이후 6년 만에 대규모 적조 피해까지 나 어민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연구원(수과원)은 올여름 폭우와 냉수대 영향 탓에 적조가 확산한 것으로 분석했다.

수과원에 따르면 8월 중순까진 남해 연안 수온이 28도 이상이어서 적조 발생이 억제돼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폭우에다 동해 남부 연안까지 내려온 냉수대가 간접 영향을 미치면서 수온은 적조가 창궐하기 좋은 24~27도를 유지, 연안을 중심으로 적조가 퍼졌다.

박태규 수과원 해양수산연구사는 “이처럼 적정 수온에다 폭우로 영양염이 많고, 경쟁종이 없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적조가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성 자란만과 창원 진해만의 빈산소수괴 피해에 대해서는 “조류(潮流) 소통이 잘 안 돼 물이 고여 있으면 빈산소수괴가 잘 생기는데, 진해만·자란만은 원래 빈산소수괴가 매년 발생하는 곳”이라고 했다. 적조 띠가 조류를 타고 확산해 남해 연안 전역에 퍼진 것과 달리, 빈산소수괴 피해는 주로 내만에 한정적으로 발생했단 의미다.

박 연구사는 “같은 남해안이어도 해역별로 조류, 경쟁종 등 환경이 다르다”며 “다만 올해 수온이 그리 높지 않아 빈산소수괴는 예년보단 약한 편이었다”고 했다.





안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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