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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석들 극찬한 정원 농부 “돌·흙·나무 모두 자식 같아”

중앙일보

2025.09.22 08:53 2025.09.2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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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영 생각하는 정원 원장이 지난달 25일 한국향나무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최충일 기자
“돌과 흙, 나무 하나하나 모두 제 손을 거쳐 자식 같아요.”

반백년 이상을 정원을 가꿔 온 제주도 ‘생각하는 정원’의 성범영(87) 원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스스로를 ‘나무를 사랑하는 시골농부’라 부른다. 정원 곳곳엔 그의 피와 땀, 눈물이 담겼다. 성 원장은 “한번은 조경작업을 하다 나무에서 떨어져 갈비뼈 3개가 부러지고 10일 동안 수혈에 의지해 겨우 살았다”고 말했다.

생각하는 정원은 1968년 제주시 끝자락인 한경면의 황무지를 개척하면서 시작됐다. 3만6000㎡ 부지에 8개의 소정원을 직접 설계하고, 정원의 담을 이룬 돌멩이까지 모두 성 원장이 옮기고 쌓았다. 그는 정원 내 작은 언덕과 나무·연못·폭포 등이 각각의 매력을 뽐내고,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정원을 구성하는 또다른 주인공은 분재다. 한국향나무, 모과나무 등 100여종, 1000여 점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성 원장은 한국향나무를 가리키며 “일본산 가이스까 향나무나 미국산 연필향나무와는 다르다. 일본산은 비늘잎이 따갑지만, 한국향나무는 7~8년만 키워도 비늘잎이 부드럽다”고 말했다.

생각하는 정원은 외국들로부터도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오랜 정원 역사를 지닌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다. 중국 장쩌민 전 국가주석,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모옌 중국 현대 작가 등이 정원을 찾아 극찬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주석직에 오르기 전 이곳을 찾았다. 이중 장쩌민 전 주석이 정원 방문 당시 방명록에 쓴 ‘농부가 혼자 힘으로 이룩한 한국의 생각하는 정원에 가서 개척정신을 배우라’는 글귀는 중국에 널리 퍼졌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수상, 메가와티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 등도 방문해 유명세를 탔다.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정원 관련 서적들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2년 영국의 『세계의 정원(Gardens of the World)』과 2023년 미국의 『정원탐험의 기쁨(The Joy of Exploring Gardens) 』에 대한민국 유일의 정원으로 실렸다. 또 유네스코 세계유산 예비후보지 사례집(2022~2023)에는 대한민국 민간정원의 글로벌 모범사례로 꼽혔다.

생각하는 정원은 색다른 회의 공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2018년 정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이 정원을 국내 첫 ‘코리아 유니크 베뉴(Unique Venue)’로 선정했다. 유니크 베뉴는 지역의 매력과 특색이 담긴 공간에서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행사를 여는 공간을 뜻한다. 생각하는 정원은 정부가 선정한 ‘마이스 인센티브 단체 지원협약 관광지’(2025~2026) 중 유일한 정원·식물원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생각하는 정원 성주엽(61) 대표는 “지금도 가장 일찍 정원에 오시고, 가장 늦게 떠나는 분이 원장님”이라며 “한 사람의 집념과 의지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정원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 경외감과 존경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인 성 원장과 함께 1991년부터 정원을 가꾸고 있다. 성 대표는 최근 정원 속 새 공간인 ‘비밀의 정원’ 가꾸기와 국가등록문화유산 신청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충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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