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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키아, 반구대 암각화와 통했다

중앙일보

2025.09.22 08:59 2025.09.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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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열린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특별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획자 디터 부흐하르트, 안나 카리나 호프바우어, 바스키아의 여동생 제닌 에리보 내외, 컬렉터 래리 워시, 숨 프로젝트 이지윤 총괄감독, 데이비드 스타크 바스키아 재단 이사장(왼쪽부터). 전민규 기자
“한국의 전사가 바스키아의 전사와 만났다.”

2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전시 1관, 장 미셸 바스키아(1960~88)의 ‘전사’(1982)와 민화 ‘최영 장군’(연도 미상)이 나란히 걸린 모습에 오스트리아의 미술사가 디터 부흐하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23일 개막하는 중앙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특별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스위스 바젤, 프랑스 파리 등에서 바스키아 전시만 35번 넘게 기획한 그는 “이번 전시는 7000년 전 한반도 고대인의 기호와 상징이 담긴 반구대 암각화 등 한국의 미술이 바스키아가 쓰고 그린 보편적 언어와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또 “바스키아가 지역과 세대를 막론하고 널리 사랑받는 예술가가 된 것은 우리가 사는 지금의 시대를 예측한 선구자로, 과학·역사·인종주의·노예제도·제국주의 등의 모든 정보가 읽히는 ‘지식의 방’과도 같은 작품을 남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는 9개 나라에서 모은 회화와 드로잉 70여 점과 총 155장에 달하는 바스키아의 창작 노트 8권 등이 전시된다. 경매가 425억원의 대작 ‘육체와 영혼’(1982~83), 172억원에 경매된 ‘미술관 경비원: 브로드웨이 멜트다운’(1983), 160억원의 ‘왕이라 불린 에이원(A-One)의 초상’(1982) 등 보기 드문 작품들이 한데 모였다. 국내에서는 리움미술관의 대작 ‘무제(검은 인물, 1982)’가 출품됐다. 또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훈민정음 해례본, 추사 김정희의 후기 서체, 백남준의 ‘로봇’ 등 한국의 문자와 상징이 담긴 주요 문화유산이 바스키아의 낙서화와 대화하듯 마주 걸렸다.

숨 프로젝트 이지윤 총괄 감독은 “총 보험가액이 약 1조4000억원 정도로, 보험사에서 ‘여태껏 한국에서 열린 모든 전시 중 최고가’라고 했다”며 “그만큼 한 점 한 점 어렵게 빌려왔다”고 말했다. 전시를 위해 한국에 처음 온 바스키아의 막내 여동생 제닌 에리보는 “오빠는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오빠의 거의 모든 전시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점을 찾는데, 이번 전시는 그가 쓰고 그린 많은 것을 하나하나 뜯어볼 수 있게 꾸려 더욱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 전민규 기자
이날 오후 개막식에 참석한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언론도, 예술도, 모두 시대를 기록하고 질문함으로써 독자와 관객의 마음을 울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간다”고 말했다. 미술가 이불·서용선·이수경·황주리,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삼성전자 이영희 사장, 조세현 중구문화재단 사장,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작가, 배우이자 화가 하지원, 배우 박주미, 아나운서 오정연 등도 개막식에 참석했다.

화가 유영국의 장남 유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은 “바스키아는 미술의 마이클 잭슨”이라며 “전시장에 예측 불허의 장면들이 이어져, 1980년대 뉴욕 거리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주최, 바른손 E&A 제공, 주한 미 대사관 후원의 이번 전시는 23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배우 박보검이 오디오 가이드 내레이터로 참여, 바스키아의 세계로 안내한다.





권근영.최민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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