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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영국,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강경 네타냐후 견제

중앙일보

2025.09.22 09:12 2025.09.2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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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의 대형 스크린에 팔레스타인(왼쪽)·이스라엘(오른쪽) 국기와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이미지가 투사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공식 인정을 선언할 예정이다. 캐나다와 호주, 영국, 포르투갈 등도 뜻을 함께했다. [AP=연합뉴스]
주요 7개국(G7)에서 사상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는 행보가 나왔다. 포문을 연 G7 국가는 캐나다와 영국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팔레스타인 모두 독립국으로 공존 추구)’ 가능성을 지속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평화와 희망을 되살리기 위한 조처”라고 밝혔다. 호주·포르투갈도 이날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을 공식화하며 193개 유엔 회원국 중 팔레스타인을 주권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151개국으로 늘었다. 4개국의 발표는 22일 ‘두 국가 해법 회의’와 다음 날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나왔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움직임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G7 국가인 프랑스도 국가 승인을 공언한 상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벨기에, 룩셈부르크, 몰타, 그리고 뉴질랜드와 리히텐슈타인이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G7 중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이 승인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독일·이탈리아·일본은 아직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독일과 일본은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전에 두 국가 해법 합의가 우선이란 입장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은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150여 개국이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외치고 나선 건 상징적 의미에 가까웠던 두 국가 해법에 더욱 힘을 실어 가자지구에서 공세 수위를 높이는 이스라엘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를 완화하라는 압력을 가중시키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기 위함”이라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두 국가 해법’이란 카드로 승부수를 뒀단 얘기다. 캐나다와 영국 등이 이번 결정이 하마스를 인정하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은 이유다.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두 국가 해법마저 거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움직임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제사회 고립 속에서도 네타냐후 총리는 강공 기조를 거두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는 지도자들은 테러에 막대한 보상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스라엘이 이번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제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일부를 합병하겠다고 선언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가디언은 “네타냐후의 우익 연정 세력이 이미 서안지구의 82%를 합병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며 “아랍 국가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뉴욕에서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 등 아랍권 지도자들과 가자지구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한다. 아랍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해 서안지구 합병을 막아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다만 이스라엘의 반대가 아니더라도 팔레스타인의 주권국가화에는 현실적 난관이 적지 않다. 영토 구획, 실효 통치, 외교권 등 국가로 인정할 수 있는 국제법적 요소를 놓고 국제사회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어서다. 로맹 르뵈프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 교수는 AFP통신에 “국가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듯, 인정했다고 국가가 창설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두 국가 해법 해결을 내세우며 국가 인정 움직임에는 소극적이다. 외교부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날 오후 바르센 아가베키안 샤힌 팔레스타인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다. 정착촌 건설 등 두 국가 해법을 저해하는 모든 조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유엔총회에선 팔레스타인 사안에 대해 특별히 의견을 개진하진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근평.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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