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요양병원 간병비를 급여화하는 정책을 내년 하반기 본격 시행한다. ‘간병 살인’ ‘간병 파산’을 양산하는 간병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중환자를 대상으로 2030년까지 6조5000억원을 투입해 간병비 본인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22일 보건복지부는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급여화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간병비 급여화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실질적으로 가장 부담이 큰 부분이 간병비다. 입원비·진료비와 달리 건강보험 등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100% 부담한다. 서울대 간호학과 김진현 교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연간 간병비 부담은 1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는 일반병원의 급성질환 환자에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했다.
앞으로는 요양병원의 만성질환 환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다. 2023년 말 전국 요양병원은 1391곳, 환자는 약 21만 명에 이른다. 이 중 의료 필요도가 높은 중환자(이하 중환자)는 8만 명으로, 이들이 급여 대상이 된다. 혼수상태, 인공호흡기 부착 환자, 와상환자, 치매와 파킨슨병 환자 등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을 타인에게 의존하는 환자다.
정부는 이런 중환자가 40% 이상인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선별해, 이들 병원에 입원한 중환자에게만 급여를 적용한다. 내년 하반기 200곳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500곳(10만 병상)을 선정해 8만~10만 명의 간병비 부담을 경감한다는 계획이다. 본인부담률은 30% 내외로 줄어, 월 60만∼80만원을 부담할 전망이다.
대신 요양병원은 기존 6~8인실을 4인실로 바꿔야 한다. 간병인은 3교대로 4인 이하 환자를 돌봐야 한다. 정부는 수가 인상 등으로 별도 보상한다. 5년간 6조5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전망이다.
관건은 간병 인력이다. 복지부는 외국인을 교육해 간병 인력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한 지역 요양병원장은 “당장 내년에 200개 요양병원에서 3교대를 돌릴 만큼 인력을 구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청회에선 의료 중심 요양병원에 선정되지 못한 나머지 800여 개 병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가뜩이나 저출산·고령화로 휘청이는 건보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반영한 추진 방향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보고하고, 자문단을 통해 마련한 세부 방안을 건정심 심의를 거쳐 올 12월께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