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서 교도소 폭동에 14명 사망…"갱단 간 분쟁"
'연료 보조금 폐지 반발' 강성 원주민단체 시위로 긴장 고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에콰도르에서 교도소 폭동과 강성 원주민 단체의 전국 단위 시위가 사회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에콰도르 대통령실 엑스(X·옛 트위터)와 경찰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날 새벽 남서부 마찰라에 있는 한 교도소에서 수감자 간 폭동에 이은 탈옥 사건이 발생했다.
총기와 수류탄까지 쓰인 약 40분간의 폭력 사태 속에 교도관 1명을 포함해 14명이 숨졌다고 에콰도르 경찰이 밝혔다.
군과 경찰은 200여명의 장병과 요원 등을 투입해 교도소 내부 질서를 되찾았으며, 탈옥수 13명을 다시 붙잡아 왔다고 전했다.
1천400명 이상의 수감자를 둔 이 교도소에서는 에콰도르 내에서 영향력을 두고 경쟁하는 카르텔 조직원들이 종종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고 현지 언론인 TV에쿠아비사는 보도했다.
과밀 수용 문제와 취약한 교정 행정 개선에 어려움을 겪어온 에콰도르 교도소에서의 수감자 간 유혈 충돌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갱단 조직원 간 알력과 갈등이 주원인인데, 충돌이 발생하면 총기는 물론이고 수류탄까지 동원돼 전쟁을 방불케 하는 살벌한 싸움이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콰도르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 나라 교도소 내 수감자 규모는 수용 정원을 10% 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있는 에콰도르는 한때 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였으나, 태평양 연안 밀수 경로 장악을 노린 카르텔 간 분쟁으로 극심한 치안 악화에 직면했다.
2023년 11월부터 집권 중인 다니엘 노보아(37) 대통령은 군과 경찰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개헌을 통한 미군 기지 설치 추진으로 주민 불안을 잠재우려 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미에서도 손꼽히는 에콰도르 강성 원주민 단체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이유로 삼은 정부의 연료 보조금 폐지에 반발해 이날부터 수도 키토 인근 코토팍시주(州)를 중심으로 총파업 시위를 개시했다.
최대 원주민 단체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은 보도자료에서 "정부가 석연찮은 이유로 휘발윳값을 비롯한 연료 보조비를 삭감하면서, 다시 힘없는 원주민과 주민에게 고통을 전가하려 한다"며 "생활 물가의 갑작스러운 상승은 서민의 생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콰도르토착인연맹은 그러면서 자경단 성격의 '원주민 수호대'를 동원해 무기한 총파업 및 거리 봉쇄로 정부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단체는 2019년과 2022년에도 비슷한 이유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시 시위대와 군경 충돌 속에 사망자가 속출하고 에콰도르 석유 생산량이 60%대로 떨어지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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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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