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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이 쇼츠만 본다고? '재미' 고민해봤나" CNN회장의 일침 [창간 60주년 인터뷰]

중앙일보

2025.09.22 13:00 2025.09.2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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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톰슨 CNN 회장이 지난 1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박상문 기자

“미디어 업계의 가장 존경받는 구루(Guru)”. “언론의 사명과 디지털 혁신을 성공적으로 조화시킨 경영자”. 마크 톰슨 CNN 회장에게 따라 붙는 평가다. 2020년까지 뉴욕타임스 CEO로 8년간 디지털 혁신을 성공시킨 후 그가 2023년 말 위기를 겪는 CNN을 맡자 글로벌 관심은 텍스트 매체의 환골 탈퇴에 이어 케이블 뉴스 공룡의 변화도 이끌 수 있을 것인가에 쏠렸다. 그간 CNN의 변화는 200여명 감원, 디지털 서비스 개발을 위한 100여명 신규 인력 채용 등으로 간간히 알려졌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트럼프와의 계속된 대립, 폭스 뉴스 같은 보수 매체의 강세라는 도전도 맞고 있다. 중앙일보 60주년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18일 서울 포시즌즈 호텔에서 인터뷰 했다.


Q : NYT의 디지털 혁신과 현재 CNN에서의 상황은 어떻게 다른가.
“NYT에서 10년 전 처음 디지털 혁신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예의 바른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론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CNN에 온 지 2년이 되가는데 2015년 NYT에서 처음 디지털 혁신을 시작했을 때, 심지어는 그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NYT에서도 첫 100만 구독자를 만드는데 4년이 넘게 걸렸다. NYT의 현재 구독자 수는 거의 1200만명이고, 점점 늘고 있다. 디지털은 항상 첫 단계가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CNN에서도 많은 이들을 채용했고, 많은 작업을 시작했다. 수주 안에 CNN은 “디지털 통합 구독 서비스(All Access digital paid service)”를 출시한다. CNN 미국, 인터내셔널 등 모든 동영상 뉴스는 물론 24시간 제공되는 웹사이트의 모든 콘텐트, 앤더슨 쿠퍼나 울프 블릿쳐 같은 스타 저널리스트들의 뉴스와 분석까지, 매달 일정 요금을 내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한달 요금은 넷플릭스나 NYT 구독료보다 낮은 수준으로 잡고 있다. 일단 미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단계적으로 글로벌 전체에 출시할 예정이다. (휴대전화·탭·PC·디지털TV 등) 어떤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독자가 세계 어디에 여행하고 있더라도 볼 수 있게 하려 한다.”

마크 톰슨 CNN 회장. [박상문 기자]


Q :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CNN 뉴스룸의 실제 적용 사례는.
A :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스토미 대니얼스 재판 (도널드 트럼프의 변호인이 2016년 트럼프의 성추문 입막음을 위해 성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돈을 줬으며 트럼프가 이 돈을 변호사 비용으로 회계 장부에 허위 기재한 혐의로 재판을 받음)이 좋은 사례다. 당시 법정에선 촬영이 불가능했다. 취재진은 매일 오후 5시쯤 재판 녹취를 푼 텍스트를 받을 수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AI 스타트업 일레븐랩스의 기술로 이 텍스트를 오디오 법정 드라마로 바꿀 수 있었다. 검사, 증인, 판사가 한 모든 발언 텍스트를 AI가 각각 다른 목소리로 드라마로 만들어줬다. 여기에 재판 이미지와 각각의 증인들의 사진을 입혀 마치 TV중계 장면을 보는 듯하게 재생했다. AI는 또한 독자가 어떤 개인화 된 콘텐트를 원하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


Q : 짧은 형태의 쇼츠에만 관심이 있는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A : “젊은이들이 롱 폼에 익숙치 않다고? 조 로건을 보라.(조 로건 익스피리언스를 진행하는 유튜브 진행자 조 로건의 팔로어는 2020만명이다) 그의 팟캐스트는 한 프로그램이 3시간 이상이지만 젊은이들은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는다. 사람들이 “젋은이들이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을 듣지 않는다”고 하소연할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콘텐트를 만들지 고민해 봤나요?”라고 묻곤 한다. 잘못은 우리에게 있을 수 있다.”


Q : 젊은 독자에 다가가기 위해선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의사 결정권을 주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NN은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나.

A : “요즘 CNN의 화두는 ‘업무 중심적으로 일하는 방식(mission-led way of working)'이다. 이전엔 관련된 여러 부서에서 사람들을 뽑아 하나의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일하는 방식으로 일이 돌아갔다. 하지만 요즘은 매우 자율적인 젊은 팀이 상부나 나 같은 사람으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그들이 디지털을 쓰는 요즘 독자, 요즘 소비자를 훨씬 더 잘 알고 더 가깝기 때문이다. ”

CNN 기자가 CNN 뉴욕지부가 있는 클레멘트 레크리에이션 센터 밖에서 CNN 로고가 보이는 가운데 지난 2019년 10월 14일 방송을 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Q : 유튜브와 SNS가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A : “유튜브와 SNS이 정말 정치적 양극화의 모든 원인일까? 유럽의 1920~1930년대엔 갈등을 증폭하는 라디오가 정치적 갈등의 원인이라 여겼다. 100년전 영국에선 순식간에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정치 팜플릿이 정치 갈등의 원흉 취급을 받았다.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영국 내전의 원인으로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사람들이 익숙해지자 오히려 영향력은 줄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부작용은 줄어들 것이라 본다. 우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세월도 이겨내야 한다. 중심을 잡고, 대중에게 공포를 더하지 말아야 한다.”


Q : 최근 CNN 보도 가운데 그런 중심을 잡은 예를 들자면.

A : “보수 정치인 찰리 커크 살인 사건 보도다. CNN은 이 사건이 인간적 불행이란 사실을 잊지 않고자 했다. 찰리 커크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적극 표현하는 젊은이였지만 생각이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데도 적극적이었다. 유족을 존중하고, 그의 행동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포는 장사가 되지만,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공포에 편승해선 안된다.”


Q : 트럼프가 NYT를 상대로 150억 달러(약 20조8000억원)의 소송을 플로리아 법원에 제기했다. CNN은 NYT와 더불어 트럼프의 공격을 자주 받는 매체다. 이번 소송으로 위축되지 않나.

A : “미국 헌법이 언론이 보도할 자유 뿐 아니라 대중의 알 권리를 강력히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언론 자유가 미국 헌법으로 보호 받을 뿐 아니라 미국 문화에 뿌리 깊이 녹아 들어 있다고 본다. 연방 대법원을 포함한 미국 법원도 이를 역사적으로 수호해 왔다. (현 정부의) 적대감에 대해선 당연히 인식하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우리의 원칙은 지금까지의 모든 정부를 대해온 우리의 자세와 같다. 정부를 존중하며, 그들이 알리고자 하는 바를 대중에게 알려준다는 원칙이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좋아하는 정부와 정치인은 없다. 대답하기 싫어하는 질문을 하는 언론에게 그들은 ‘질문 자체가 적대적’, 또는 ‘혐오 발언’이라고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다. 정치인들은 지지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계속 내겠지만, 우리는 침착하게 저널리스트로서 우리가 할 일을 할 뿐이다.”


Q :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핵무기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는 미국 국방정보국(Defense Intelligence Agency) 관계자를 인용한 CNN 보도에 대해 트럼프가 기자 개인을 공격했다. CNN은 보도에 문제가 없고, 기자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25일 이란 지하 핵시설이 미국의 공습으로 파괴되지 않았다고 보도한 CNN 화면. [CNN 캡쳐]

A : “그 보도의 취재원이 누구인지에 대해 상세하게 보고를 받았다. 사실 이란 핵시설이 얼마나 파괴됐는지 정확하게 알려면 폭격 당한 지하 핵시설에 직접 가보는 방법 밖엔 없다. 그 보도는 정치적 입장 차이, 선출직인지 아닌 지와 상관없이 여러 사람을 취재해 이들이 폭격에 대해 내린 평가를 보도한 것이다. 다양한 전문가 평가에 관한 내용이다. 보도 이후에 나온 그 어떤 결과도 그것이 책임 있는 보도였다는 우리의 자체 평가를 뒤집지 못했다.”

 마크 톰슨 CNN 회장이 지난 1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박상문 기자


Q : 한국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나.

A : “실제로 한국을 다룬 CNN 프로그램이 조만간 여러편 나온다. 한국은 뿌리에 대한 끈끈한 유착을 갖고 있으면서도 항상 미래를 본다. 한국적인 특징을 글로벌 문화로 채우는 빈 공간(porosity)도 갖고 있다. 봉준호 감독 영화가 그렇듯(그는 봉 감독 영화를 빼놓지 않고 모두 봤고 그의 팬이라고 했다.) 한국 문화는 외부 영향을 받아들여 거기에 캐릭터를 부여하곤 이를 매우 독특한 형태로 재수출한다. 한국은 팝 컬처를 발명하지 않았지만 능청스런 웃음과 약간의 트위스트를 더해 팝 컬처에 새로움과 생명력을 준다.”

◇마크 톰슨은 누구=CNN 회장 겸 CEO로 미국을 포함한 CNN의 전세계 모든 비즈니스를 총괄한다. 2023년 어려움을 겪고 있는 CNN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라는 과제를 받고 부임했다. 2012년부터 뉴욕타임스 CEO로 8년간 NYT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다가 2020년 물러났다. 처음 그가 NYT에 합류했을 때 약 50만명이었던 NYT의 디지털 구독자 수는 그의 재임 기간 600만명으로 증가했다. NYT 주식 가치는 5배로 커졌다. 2004~2012년엔 BBC의 최고경영자로 혁신을 이끌었다. 2007년 세계 주요 방송사 중 처음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인 BBC ‘i플레이어’를 도입했다. 2023년 6월, 찰스 3세 영국 국왕으로부터 미디어 산업에 이바지한 공로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최지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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