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조규성(27·미트윌란)이 돌아왔다. 긴 재활과 기다림 끝에 마침내 그라운드에서 다시 포효했다.
미트윌란은 21일(한국시간) 덴마크 헤르닝의 MCH 아레나에서 열린 수페르리가 9라운드 경기에서 비보르 상대로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후반 34분 필립 빌링의 선제골에 이어 경기 종료 직전 교체 투입된 조규성이 쐐기골을 터뜨리며 완승을 완성했다.
조규성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됐다. 그리고 추가시간 6분, 박스 왼쪽에서 이어진 롱스로인 상황에서 날카롭게 반응했다. 동료의 슈팅이 골키퍼 맞고 흘러나오자 재빠르게 달려들어 왼발로 밀어 넣었다. 복귀 후 불과 두 경기 만에 연속골을 기록하며 ‘해결사 본능’을 다시 입증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1만 1440명의 팬들은 조규의 득점에 열광했다. 조규성은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크게 포효했고, 긴 재활을 끝내고 돌아온 자신을 향한 뜨거운 환호에 응답했다. 의미 있는 점은 상대가 비보르였다는 사실이다. 조규성은 2023-2024시즌에도 비보르전에서만 2경기 3골을 기록하며 ‘비보르 킬러’로 불렸다.
경기 후 조규성은 구단 인터뷰에서 밝은 표정으로 소감을 전했다. 그는 “항상 비보르만 만나면 골을 넣는 기억이 있다. 어젯밤 침대에서도 ‘내일은 반드시 득점하거나 뭔가 해낼 거야’라고 떠올렸는데, 실제로 해냈다. 우리가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고 웃었다.
이어 “1년 넘는 공백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런 순간을 기다렸다. 팬들 앞에서 골을 넣고 모두와 함께 기뻐하는 순간 말이다. 그게 바로 내가 원했던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조규성이 경기장에서 사라졌던 건 불운한 사고 때문이었다. 2024년 5월 실케보르와의 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국내에서 무릎 반월판 수술을 받았으나, 이후 이탈리아에서 추가 수술 도중 혈액 감염 합병증이 발생했다. 그 여파로 2024-2025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미트윌란은 단 1점 차로 우승을 놓치며 2위에 머물렀다.
재활 과정은 지옥과도 같았다. 조규성은 “몸무게가 12kg이나 빠졌고 하루 3~4번씩 진통제를 맞아도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고, 다시는 축구를 하지 못할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조규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한 재활과 훈련으로 기적 같은 복귀를 준비했다.
지난달 바일레전 교체 투입으로 448일 만에 피치를 밟은 조규성은 덴마크컵 올보르전에서 493일 만의 골을 터뜨리며 복귀의 신호탄을 쏘았다. 그리고 이번 리그 경기에서 곧바로 다시 득점하며 부활을 알렸다. 복귀 후 100분 만에 두 골. 단순한 기록 이상의 상징이었다.
득점 후 상의를 벗어던진 그의 근육질 몸은 노력의 결과였다. 16개월간 무너졌던 몸을 끌어올리며 과거의 강철 같은 피지컬을 되찾았음을 증명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더 크다. 미트윌란은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본선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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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슈투름 그라츠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유럽 무대를 누빈다. 조규성은 “지난 시즌엔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번엔 반드시 승리를 가져오고 싶다. 홈에서 열리는 첫 경기라 더 기대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조규성의 부활은 한국 대표팀에도 희소식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한국을 구했던 조규성은 홍명보호에서도 최전방 자원으로 꼽힌다. 확실한 원톱이 없는 대표팀의 고민을 덜어줄 카드가 될 수 있다.
448일간의 지독한 기다림, 불운의 의료 사고, 그리고 기적 같은 부활. 조규성의 이름은 이제 다시 ‘해결사’로 불리고 있다. 덴마크를 넘어 월드컵까지 향하는 그의 발끝이 계속 불을 뿜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