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준비된 자는 결국 기회를 잡는다. 묀헨글라트바흐의 젊은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22)가 드디어 선발 기회를 부여받아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묀헨글라트바흐는 21일(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시즌 분데스리가 4라운드 원정에서 강호 바이어 레버쿠젠과 1-1로 비겼다. 후반 25분 말릭 틸만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경기 종료 직전 하리스 타바코비치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값진 승점 1점을 따냈다.
이날 경기는 단순한 리그 일정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부진으로 경질된 헤라르도 세오아네 감독 대신 유진 폴란스키 II팀 감독이 임시로 지휘봉을 잡은 첫 경기였기 때문이다. 지휘자의 교체는 선수단에도 즉각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특히 세오아네 체제에서 철저히 외면받던 옌스 카스트로프가 드디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폴란스키 감독은 카스트로프를 3-4-2-1 포메이션의 2선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했다. 낯선 선발 무대였지만 그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전반 23분, 로코 라이츠의 스루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으나 VAR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비록 득점은 무산됐지만 과감한 침투와 결단력 있는 마무리 능력은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반 40분에는 정교한 패스로 조 스캘리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줬다. 비록 슈팅은 마르크 플레컨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지만, 카스트로프의 창의적인 시야와 패스 능력은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후반 27분 플로리안 노이하우스와 교체될 때까지 그는 공수 양면에서 묵묵히 팀에 기여했다. 공격에서는 날카롭게, 수비에서는 성실하게. 지상 경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자신이 단순한 유망주가 아님을 증명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카스트로프는 이날 패스 성공률 82%를 기록했다. 지상 경합 6회 성공, 찬스 메이킹 3회, 리커버리 3회, 파이널 서드 패스 1회 등 다채로운 기록을 남겼다. 평점은 6.6점. 단순 수치만 보면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고 활력을 불어넣은 그의 존재감은 수치 이상의 가치였다.
독일 원풋볼은 “묀헨글라트바흐의 경기력은 세오아네 시절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카스트로프는 활력을 불어넣었고, 노이하우스와 엥겔하르트 역시 미드필드를 안정시켰다”고 호평했다. 현지 매체들 역시 한목소리로 “성공적인 선발 데뷔전”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카스트로프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세오아네 감독 경질 전까지 선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여기에 한국-독일 혼혈인 그가 한국 대표팀을 택하면서 독일 매체의 편견 섞인 발언이 이어졌다. 독일을 대표하는 황색 매체 빌트가 직접 한국 대표팀 선택이 카스트로프의 클럽 커리어를 망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빌트는 지난 11일 “카스트로프는 A매치 기간 동안 묀헨글라트바흐의 세오아네 감독 앞에서 실력을 증명할 기회를 잃었다. 대표팀 일정으로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고, 출전 경쟁에서 불리해졌다”라면서 “미국 원정을 마치고 금요일 팀에 복귀하지만 시차 적응 문제가 남아 있다”고 저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스트로프는 흔들리지 않았다. 묵묵히 훈련에 임하며 자신을 증명할 날을 기다렸다. 오히려 그는 이런 편견을 동기부여 삼아 기량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선발 기회를 잡으며 모든 의심을 실력으로 뒤집었다.
카스트로프의 활약은 한국 대표팀에도 희소식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고 있다. 중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자원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카스트로프는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재다능한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뿐 아니라 중앙과 측면까지 소화할 수 있다. 과감한 전진 패스와 왕성한 활동량은 대표팀에 새로운 전술적 선택지를 제공한다. 홍명보호에 합류한다면, 카스트로프는 단순한 유망주가 아니라 당장 실전에 투입 가능한 전력이다.
카스트로프에게 이번 선발 데뷔전은 단순한 한 경기가 아니었다. 인종차별성 발언과 끝없는 벤치 대기를 이겨내고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출발점이었다. 독일 언론의 호평, 팬들의 환호, 그리고 스스로 증명한 경기력. 모든 것이 맞물리며 그는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