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손흥민(33)이 이번엔 LAFC 홈 팬들 앞에서 고개 숙이지 않았다. 그가 마침내 BMO 스타디움 첫 승리를 신고했다.
LAFC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시즌 MLS 서부 컨퍼런스 35라운드 홈 경기에서 레알 솔트레이크를 4-1로 제압했다. 3경기 연속 4득점을 뽑아낸 LAFC는 승점 50을 기록하며 두 경기 더 치른 3위 미네소타(승점 54)를 바짝 추격했다.
이날 승리로 LAFC는 나흘 만의 '리턴 매치'에서도 솔트레이크를 무너뜨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8일 열린 직전 순연경기에서는 손흥민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4-1로 대승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도 4골을 뽑아내며 3연승을 질주했다.
솔트레이크가 벼락 같은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14분 코너킥을 짧게 처리한 뒤 베라가 직접 골문을 겨냥했다. 그의 왼발을 떠난 대포알 슈팅은 그대로 요리스의 손을 지나 골문 구석 상단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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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기까지였다. LAFC는 이번에도 손흥민과 부앙가 듀오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전반 추가시간 부앙가가 공을 건드린 뒤 침투했고, 손흥민이 원터치 패스를 건넸다. 부앙가는 이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이로써 그는 MLS 30년 역사상 최초로 3시즌 연속 리그 20골을 달성했다.
손흥민도 두 경기 연속골을 뽑아냈다. 그는 전반 종료 직전 박스 바깥에서 잠깐 공간이 생기자 왼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갈랐다. 골포스트를 때리고 들어가는 완벽한 궤적이었다.
부앙가의 발끝이 식을 줄 몰랐다. 후반 27분 손흥민이 중앙선 부근에서 뒤로 공을 내줬고, 앤드류 모런이 수비 뒤로 전진 패스를 찔러넣었다. 완벽한 기회를 맞은 부앙가는 골키퍼가 뛰쳐나오는 걸 보고 정확한 칩샷으로 또 한 번 득점했다.
제 몫을 다한 손흥민은 후반 39분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그럼에도 부앙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후반 42분 한 골을 추가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리오넬 메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리그 22호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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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LAFC는 다시 한번 솔트레이크를 4-1로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 경기에선 손흥민이 해트트릭, 부앙가가 한 골을 추가했으나 이번엔 정반대가 됐다.
손흥민에게도 뜻깊은 승리다. 지난달 LAFC에 공식 입단한 뒤 약 한 달 반 만에 처음으로 홈 팬들 앞에서 승리를 신고했기 때문. 손흥민은 이번 경기 전까지 MLS 6경기에서 5골 1도움으로 펄펄 날았지만, 그중 5경기가 원정이었다. 홈 경기는 지난 1일 샌디에이고전이 유일했다.
다만 손흥민은 처음 만난 LAFC 홈 팬들 앞에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는 29라운드 샌디에이고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골대 불운과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혀 팀의 1-2 역전패를 막지 못했다.
당시 손흥민은 "팬들은 날 환영해줬다. 오늘 밤을 정말 기다렸는데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렸다"라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좋았을 거다. 이런 경기에선 결정적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오늘 내가 해주지 못했다. 선수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더 빨리 적응해서 이런 상황에서 확실히 결정 짓고 싶다"라고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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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 각오를 지키는 데 성공한 손흥민이다. 그는 다시 만난 LAFC 홈 팬들 앞에서 BMO 스타디움 데뷔골을 포함해 1골 1도움을 올리며 포효했다. 팀이 선제골을 허용하며 위기에 몰린 순간 부앙가와 함께 에이스의 품격을 증명했다.
이제 손흥민의 MLS 성적은 7경기 6골 2도움이 됐다. LAFC는 "부앙가와 손흥민은 지난 8월 23일 FC 댈러스와 1-1 무승부 이후 LAFC가 기록한 14골을 모두 넣었다. 부앙가는 그 기간 동안 8골, 손흥민은 6골을 기록했다"라고 조명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부앙가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3시즌 연속 20골을 넣은 건 엄청난 일이다. 모두 부앙가가 팀을 돕고 많은 골을 넣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게 아니다. 그는 항상 득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려 노력한다. 그 점에 감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손흥민과 부앙가 둘 다 많은 골을 넣을 때 다른 선수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공격수들이 그 둘처럼 플레이를 마무리한다면 수비수들은 기꺼이 100분이라도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