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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李, 블랙록 CEO와 MOU…"韓, 아태 AI수도 되도록 협력"

중앙일보

2025.09.22 15:29 2025.09.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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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첫 일정으로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인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과 면담을 갖고, 정부의 인공지능(AI)·재생에너지 산업 추진 과정에서의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핑크 회장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한국 AI·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협력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날 뉴욕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면담에서 래리 핑크 회장은 “AI와 탈탄소 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함께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이 ‘아시아의 AI 수도(capital)’가 될 수 있도록 글로벌 자본을 연계하여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래리 핑크 세계경제포럼 의장 겸 블랙록 회장(왼쪽)과 만나 인공지능(AI)과 재생에너지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오른쪽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현동 기자

이에 이 대통령은 “한국의 아시아·태평양 AI 수도 실현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되어 환영한다”며 “긴밀하고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이번 협력 관계를 실질적인 협력 성과로 이어지게끔 하자”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핑크 회장을 직접 한국에 초대했다.

이날 면담에는 지난해 블랙록의 100% 투자 자회사인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의 아데바요오군레시 회장, 김용 前 세계은행 총재가 함께했다. 핑크 회장 일행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취임 이후 대한민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정치·경제 상황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며 “향후 한국의 경제발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AI·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높게 평가한다”면서 관련 인프라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세계경제포럼(WEF) 의장 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블랙록은 현재 12조 5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경 7천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과 함께 ‘AI 인프라 파트너십(AIP)’을 구성해 글로벌 차원의 AI·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이날 과기부와 블랙록이 체결한 MOU에는 ▶국내 AI·재생에너지 인프라 협력 ▶한국 내 아시아·태평양 AI 허브 구축 협력 ▶한국의 글로벌 AIP 참여 가능성 등이 담겼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면담 직후 브리핑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의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AI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두는 방안을 협의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요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지역 거점 역할을 구상하기로 했다”며 “아울러 향후 5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AI·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필요한 대규모 투자 방향을 공동으로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 마련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세계경제포럼 의장 접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다만 이날 MOU에는 블랙록의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명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면담에 배석한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 정부와 블랙록 사이에 태스크포스(TF)가 결성되면, 그 안에서 공동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실행 계획이 논의되고 투자 규모가 발표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수조 원 단위의 파일럿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차 의원은 이어 “블랙록 같은 규모의 자산운용사에서 ‘대규모 투자’라고 하면 통상 수십조 원 단위를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의 향후 투자 방식은 순수하게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FI·financial investment)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우창 대통령실 국가AI정책비서관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이 자신들의 사업을 한국에 매칭시키는 ‘전략적 투자’(SI·strategic investment)와 달리, 블랙록은 한국이 가진 포트폴리오에 투자하게 된다”며 “한국이 만든 로드맵이 잘 돼야 블랙록도 수익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MOU를 통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 배터리, 통신, 보안, 냉각 기술에 더해, 재생에너지 발전과 저장 장치, 송·배전망까지 결합해 국내 기업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초대형 통합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 수석은 “이는 특정 기업이나 분야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한국 전체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며 동시에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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