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일손 안 놓고도 암세포 95% 줄었다"…암 극복한 이철우 지사 비결 [월간중앙]

중앙일보

2025.09.22 18:2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특별 인터뷰|‘지방’ 넘어 ‘세계’로 향하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시선

“APEC은 삼국통일 이후 1300여 년 만에 지역에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
“한국문화 뿌리·원형 관심 커져…대구·경북통합신공항으로 세계와 연결”
“3개월 만에 암세포 95% 이상 줄어…후회 않는 마음가짐이 회복 비결”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월간중앙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APEC은 경주와 경북이 세계 질서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가는 역사적 현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경상북도]
경상북도는 중앙의 관점에서는 ‘지방’, 도시의 시각에서는 ‘시골’로 인식됐다. 해방 이후 늘 중앙 행정 체제의 하위 개념으로만 다뤄져 온 것이다. 경북도는 이제 이러한 프레임을 거부한다. 21세기에는 기존의 ‘나약한 지방’이라는 정체성부터 떨쳐버려야 지속적·독자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해법은 ‘경북의 글로벌화’다. 대구와의 재통합,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도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기반을 다지려는 포석이다.

2025년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이런 야심 찬 여정의 중대한 전환점이다. 신라 화백(和白) 회의 전통이 살아 있는 경주(慶州)에서 21개국 정상이 ‘지속 가능한 내일 건설: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글로벌 현안을 논의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아태지역 주요국 정상이 함께할 이번 행사는 경북도의 존재와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더없는 기회인 셈이다.

손님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철우 경상북도 도지사는 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삼국통일 이후 1300여 년 만에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라며 “경주와 경북이 세계 질서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가는 역사적 현장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지사는 9월 중순 가진 월간중앙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경북이 더는 주변부가 아닌,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중심 무대임을 APEC을 통해 증명하겠다고 역설했다.


Q : 오는 10월 말 APEC이 어떤 분위기와 방식으로 열리게 될 것 같다는 느낌, 예감 같은 게 있을까요?

A : “미국·중국·러시아·일본 4강의 정상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일들이 일어날 겁니다. 정상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글로벌 기업 CEO들의 방문이 어우러지는, 외교·안보·문화를 넘나드는 다이내믹한 회의가 되는 것이죠. 이번 APEC에 각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고, 적극적으로 대화한다면, 한반도를 비롯한 21세기 신냉전 시대를 끝내는 평화와 번영의 상징적 회의가 될지도 모릅니다. 경주와 경북이 세계 질서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가는 역사적 현장을 보게 되는 것이죠.”


Q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첫 한국 방문이지요?

A :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은 특히 중요합니다. 미국에 동아시아는 전략적으로 핵심 지역이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통상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복잡한 현안에 밀려 상대적으로 뒷전이 되어 왔습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에 온다면 한국은 중국·러시아·일본 정상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단숨에 동아시아 현안에 성과를 낼 기회가 열립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초청한다면 한반도 문제에도 직접 접근할 수 있습니다. 2018년 실패했던 ‘하노이 빅딜’을 ‘경주 빅딜’로 성공시킬 수도 있지요. 이렇게 되면 신냉전 구도를 넘어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향하는 상징적 회의가 되는 겁니다.”



“21세기 신냉전 끝내는 평화의 회의 예감”


Q : APEC 참석자들이 천년고도 경주를 제대로 느끼고 경험하는 데 요긴한 팁을 줄 수 있을까요?

A : “참석자들이 경주를 제대로 느끼려면 한류의 세계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K-팝, 영화, 드라마 같은 미디어 산업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한국 문화의 뿌리와 원형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주는 이를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무대입니다. 정상들과 글로벌 CEO들이 단풍 물든 불국사에서 사진을 찍고, 국립박물관의 신라 금관을 감상하며, 저녁에는 현대적인 K-팝 공연을 즐기는 장면만으로도 한국 문화의 깊이와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Q : 참석자들에게 경북의 정체성을 소개한다면.

A : “우리 지역 분들에게는 나라가 어려울 때 먼저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세운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깃든 땅이기 때문입니다. 화랑·선비·호국·새마을로 이어지는 네 가지 정신은 통일국가를 세우고, 나라를 지키며, 더 나은 삶을 만든 원동력이었습니다. 500만 대구·경북 시·도민은 이번 APEC을 성공적으로 치러 대한민국이 초일류 국가로 도약할 기회를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 각 시·군에서도 APEC이 줄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요?

A : “경주는 천년고도로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역사·문화 도시입니다. 주변에는 울산·포항·구미 같은 산업화의 상징적 도시가 자리하고 있고, 지금은 반도체·2차전지·바이오·원자력 같은 미래 첨단산업이 빠르게 집적되고 있습니다.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이 지역의 문화적 저력과 산업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고, 기업과 청년, 농어민과 소상공인에게 세계 시장과 직접 연결되는 기회를 열어주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경주 APEC 메인 정상회의장으로 쓰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전경. [연합뉴스]


“경주 APEC을 한반도 현안 빅딜의 현장으로”


Q :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가자 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해 평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지사께서도 DMZ를 미국과 남북한 등이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제안한 적이 있죠?

A :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습니다. 지금도 포탄이 날아다니는 곳이니까요. 저는 휴전선 일대 비무장지대(DMZ)도 남북한과 미국이 함께 개발한다면 세계와 한반도 평화에 훨씬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례에서 보듯, 우리가 단독으로 북한을 개발하는 방식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국제 공조로 DMZ를 평화와 번영의 공간으로 바꾼다면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지뢰를 제거하고 휴양지로 만든다면 세계적 명소가 되고 남북 교류의 실질적 장이 되는 것이죠. 전쟁 억지력도 높아집니다. 물론 이런 일이 가능하게 하려면 남북, 북·미 간에 큰 협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저는 계속해서 이 구상을 주장해 왔고, 경주에서 그런 전환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 그러자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참석해야 하지 않을까요?

A : “저는 APEC 유치에 나설 때부터 이 무대를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빅딜의 현장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모두에게 그 점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가 한국에 오고 김정은을 초청한다면 경주에서 역사적 성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피스 메이커’가 되고 싶어합니다. 경주에서 양자 회담이나 6자 회담이 열린다면 노벨평화상 논의로 이어지겠죠. 물론 쉽지 않은 그림이고 한국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지만, 가능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세계가 이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고, 21개국 정상이 모이는 무대가 경주에 준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이 가능성을 언급하며 꼭 경주에 와 달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Q : 10월 들어 K-팝 페스타, 보문 멀티미디어 아트쇼, 월정교 한복 패션쇼 등 첨단 기술과 문화자원을 결합한 3대 이벤트가 펼쳐진다고 들었습니다?

A : “10월 중순 경주 동부 사적 지대에서 열리는 K-팝 페스타는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킬 것입니다. 또 ‘낮보다 아름다운 경주의 밤’을 주제로 펼쳐질 보문 멀티미디어 아트쇼는 호반광장 21개 미디어아트 폴, 보문호 빛 조형물, 레이저빔쇼, 드론쇼, 수상공연장 멀티미디어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월정교에서는 ‘우리 한복, 내일을 날다’라는 슬로건 아래 신라 왕복부터 APEC 기념 한복, AI 한복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패션쇼가 개최됩니다. ‘ㅎ’자형 런웨이는 경주가 한복·한식·한옥·한지·한글로 대표되는 ‘5韓 문화’의 도시임을 보여줄 것입니다.”

9월 12일 경주 대릉원 동편 쪽샘지구에서 펼쳐진 차산농악과 월월이청청 공연. APEC을 앞두고 세계유산의 가치를 알리는 행사다. [연합뉴스]


“경북의 경제력은 세계 60위권 국가 수준”


Q : APEC 유치가 경북의 세계화 전략에 미칠 영향은?

A : “경북이 경주를 앞세워 APEC 정상회의 유치전에 나선 것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전략적 도전이었습니다. 냉전 이후 자유무역이 활발해지며 인적·물적 교류가 확대됐지만, 한국의 관문은 인천공항에 집중되어 수도권은 성장하고 지방은 위축되었습니다.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세계로 연결되는 관문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 결과 대구·경북은 2010년대 중반부터 통합 신공항 건설에 나섰습니다. 신공항을 통한 지역 발전의 궁극적 목표는 ‘세계화’이며, APEC 2025 정상회의 유치는 그 전략의 일환입니다. 2030년 전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내륙 국제공항의 이점을 살려 수출입 물류의 중심지가 되고, 대규모 관광객과 인재를 불러 지역 균형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할 것입니다.”


Q : 대구, 경북 통합은 계속 추진되는 건가요?

A : “2023년 기준 대구·경북의 총생산(GRDP)은 200조 원을 넘어 세계 60위권 국가 수준이며, 인구도 500만에 달해 북유럽 국가와 맞먹습니다. 그러나 제조업 전성기 이후 경쟁력이 축소되고, 최근 30여 년은 수도권만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건설하고 영일만항을 북극항로 거점항으로 확장해 세계와 통하는 하늘길과 바닷길, 즉 투 포트(Two-port)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저는 종종 ‘대구는 내륙도시입니까, 해양도시입니까’라고 묻습니다. 대부분 내륙도시라 답하지만, 포항이 승용차로 1시간 거리이니 실상은 해양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내륙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더 큰 포부로 외부로 확장해야 합니다. 이런 구상은 대구·경북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경영할 때 실행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한 뿌리를 공유하는 두 지역은 상호보완적 산업구조와 문화 정체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통합을 통해 인구 500만, 강력한 경제력과 높은 문화 경쟁력을 지닌 거대 도시권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Q : 경북도는 숙박 교통 등 인프라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지를 안고서 역전승을 거뒀다는 평을 듣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A : “APEC을 경주에 유치하자는 아이디어는 2020년 당시 미래전략기획단장을 맡고 있던 김민석 경북도 정책실장에서 출발했습니다. 경주가 가진 탁월한 역사·문화 자산과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사를 품은 포항, 울산, 구미 등 산업도시들이 인접한 여건을 활용한다면 진짜 대한민국(Real Korea)을 보여줄 수있다는 자신감에 넘쳤어요.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나 들려드리자면, 우리 도청 담당국장이 인천 실사를 다녀와서는 ‘호텔과 컨벤션 시설이 너무 압도적이라 우리는 힘들 것 같다.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고 보고하더군요. 저는 곧바로 ‘인천에 불국사, 석굴암이 있는가, 노천박물관이 있는가’라고 되물었지요. 최종 발표에서 저는 심사위원들에게 ‘정상들이 과연 좋은 호텔에서 잔다고 감동받겠나, 한국만의 고유하고 깊은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예컨대 ‘그분들이 잠자러 오나’라고 반문한 것이죠. 훗날 저를 만난 심사위원 중 한 분이 그 ‘잠자러 오나’라는 한마디가 위원들이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하더군요.”



“APEC은 지구촌 CEO 정상회의”


Q : 숙박시설과 관련해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있나요?

A :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2만여 명이 경주를 방문합니다. 하루 최대 7700개 객실이 필요한데, 대통령실·외교부와의 합동 실사를 거쳐 전부 확보했습니다. 핵심은 정상들이 머무는 PRS였습니다. 제가 직접 준비위원장을 맡아 숙박업계와 건축·디자인 전문가들과 함께 표준 모델을 마련했고, 서울 5성급 호텔의 PRS를 조사해 구조를 분석했습니다. 5개 이상의 객실을 통합하거나 전망 좋은 스카이라운지를 개조해 초특급 객실로 조성했고, 최종적으로 21개 회원국과 초청국 정상, 글로벌 CEO가 이용할 35개 객실 90% 이상 리모델링을 마쳤습니다. 정상들의 숙소는 단순한 잠자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환대와 서비스 경쟁력을 보여줄 무대가 될 것이며, APEC 이후에는 국민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을 장식한 ‘2025 APEC 정상회의’. LG는 세계 명소에서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Q : 대한상의와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습니까?

A : “대한상의는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 한국 사무국으로서,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리는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와 ABAC 회의를 주관합니다. 이를 위해 별도의 ‘APEC CEO Summit’ 추진단을 구성해 행사 전반의 기획과 운영을 총괄하고 있으며, 동시에 민간추진위원회를 조직해 민간 기업 중심의 경제인 행사 지원 체계도 마련했습니다. 경상북도는 이에 발맞추어 CEO 서밋 주회의장인 경주예술의전당을 비롯해 기반 시설 개보수, 교통과 수송 시스템, 산업시찰 및 문화관광 프로그램 운영, 특별공연 등 총 46개 사업을 추진 중이며, 86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Q : 경북도는 이번 행사를 ‘세일즈 경북’ 무대로 만들 계획입니다. 도내 주요 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A : “이번 APEC은 글로벌 기업 CEO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사실상 ‘지구촌 CEO 정상회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경제의 저력을 알리고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는 이보다 더 큰 무대는 드뭅니다. 경북을 알리는 측면에서 경제와 문화관광을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CEO들과 직접 만나 세계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경주엑스포대공원 광장에 연면적 2700㎡ 규모의 경제 전시장을 조성 중입니다. 대한민국산업역사관, 첨단미래산업관, 기업관, 5韓하우스로 구성해 산업의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며 발전의 DNA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지요. 또한 국내 기업의 첨단 기술을 선보이고, 글로벌 기업과 교류하는 장도 마련됩니다. 이차전지·철강·에너지, 반도체·방산, 자동차·조선, 화장품·바이오, 웹툰·드라마 등 경북의 주력 산업과 콘텐트 기업들이 참여합니다. APEC 기간 중 일부 국가 경제단체와 경북 기업 간의 실질적 만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9월부터는 한-APEC 비즈니스 파트너십, 투자 환경 설명회, 경북 투자대회, 국제포럼 등 다양한 사전 행사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절대 복기하지 않아, 오직 앞으로 할 일만 봐”


Q : 항암 치료와 도정 업무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힘들진 않나요?

A : “저는 1985년 국가안전기획부에 입사하면서 제 몸은 국가에 바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스스로를 아낀 적이 없었습니다.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고, 맡겨진 일은 반드시 끝까지 해냈으며, 권하는 술잔조차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바빴지만, 도지사가 되고 나니 그보다 훨씬 많은 과제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경상북도는 국토의 5분의 1에 달하는 방대한 지역으로, 바다와 산, 강을 아우르고 산업도시와 농·산·어촌이 공존하는 다양성의 땅입니다. 산업 구조를 바꾸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했고, 농업·어업·산림업을 혁신하는 과제도 있었습니다. 도로와 철도를 놓아야 했고,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며 지방소멸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청년들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태풍·홍수·산불 같은 크고 작은 재난에도 늘 대응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이 제게는 즐거움이었습니다. 한 달에 차로 1만㎞를 달리며 현장을 누비는 것이 제 일상이었고, 일하다 쓰러진다면 그것조차 영광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몸을 혹사하다 보니 결국 경고가 날아왔습니다. 지난 5월 말, 갑작스럽게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암도 결국 이겨내야 할 과제라 생각했습니다. 항암 치료를 성실히 받고, 잘 먹고 운동하며 충분히 쉬었더니 3개월 만에 암세포가 95% 이상 줄었습니다. 많은 분이 그 비결을 묻곤 하지만, 결국 핵심은 마음가짐입니다. 저는 절대 복기(復棋)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랬더라면’ 하는 후회는 내려놓고, 오직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만 바라보았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우리 세대가 꼭 통일을 시켜주고 가야 후손들이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DMZ 공동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경상북도]

Q : 남은 과제와 도전이 있다면?

A : “저는 제가 꼭 해야 할 일만 생각합니다. 속히 회복해서 APEC을 잘 치러야 하고, DMZ를 개발하자고 제가 제안했으니 그것도 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세대에서 남북통일을 시켜주고 가야죠. 이제 세월이 조금만 더 지나면 남북은 인적 연결고리가 약해져 통일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 세대가 꼭 통일을 시켜주고 가야 후손들이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그리고 각 지방이 팔색조처럼 다채롭게 성장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판을 열게 해야죠. 청년들이 수도권의 팍팍한 삶과 지방의 불안한 삶의 양자택일에 놓이지 않고, 태어난 곳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직장을 가지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아직 제가 할 일이 태산입니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