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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엥 운전석이 없네” 청계천에 출몰한 자율주행버스

중앙일보

2025.09.22 22:41 2025.09.2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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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이 없다. 스티어링휠과 가속페달, 브레이크도 없다.

청계A01번 버스에 탑승했을 때 확인할 수 있는 풍경이다. 서울시가 23일 운행에 돌입한 청계A01 버스는 말 그대로 자율주행 셔틀버스다. 청계광장에서 세운상가를 거쳐 광장시장까지 왕복 4.8㎞ 구간을 운전자 없이 오간다.
23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 정차 중인 자율주행셔틀. 문희철 기자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기술을 0~5단계로 구분하는데, 이중 사람의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최고 단계인 레벨5로 규정한다. 다만 청계A01엔 안전관리자가 상시 탑승 중이다. 유사시 안전관리자는 조이스틱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운전석·운전대 자체가 없긴 하지만,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레벨3으로 분류할 수 있다.

동석한 이병진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사업개발1팀장은 “기술적으로만 따지면 운전자(안전관리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차량이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레벨4지만, 국내법상 규제를 충족하며 운행하는 상황이라 레벨3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3일 서울 도심 일대에서 자율주행셔틀 ‘청계A01’번 운행을 시작한다. 운전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 자율주행셔틀 청계A01 타보니
출입구를 개방한 서울시 자율주행셔틀. 문희철 기자
자율주행 셔틀은 전통적인 버스 디자인과는 확연히 달랐다. 우선 범퍼 하단에 위치한 사각형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가 앙증맞은 느낌이다.

그릴도 이 차량엔 존재하지 않는다. 차량의 동력이 전기이기 때문이다. 그릴 자리엔 카메라·센서를 일체형으로 배치한 매끈한 패널이 자리 잡았다.

전방 패널엔 라이다 1개와 카메라 7개, 후방 패널엔 라이다·카메라가 각각 1개씩 숨겨져 있지만 외관상으로는 거의 티가 나지 않았다. 별도로 전측방 사이드미러 자리에 라이다를 총 2개 배치해 주변을 오가는 차량·사물을 식별했다.

차량 측면은 파노라마 글라스가 거의 전면을 덮고 있다. 심지어 필러의 크기도 기존 버스보다 얇은 편이라 승객들은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후방 디자인도 엉덩이를 연상케 하는 귀여운 느낌을 유지하고 있다. 단종된 닛산의 소형 크로스오버(CUV) 큐브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다.

실내 공간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운전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승객들에게 운행 정보를 제공하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고 있다. 휠체어 탑승용 리프트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23일 오후 1시부터 서울시가 운영을 시작하는 자율주행셔틀 ‘청계A01’번. [사진 서울시]
안전성 우수…감속시 승차감은 미세 조정 필요
서울시 자율주행셔틀 실내 공간. 최대 8며명 탑승이 가능하다. 문희철 기자
8명의 승객이 모두 탑승하자 문이 닫히고 차량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속은 매우 부드럽고 천천히 이뤄졌다. 아무래도 시범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안정성을 고려했다는 것이 오토노머스에이투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앞 차선에 차량이 없어도 차량이 시원하게 나아가지 않았다. 외길에서 뒤따라오던 173번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답답했는지 수차례 경적을 울릴 정도였다. 이에 대해 이병진 팀장은 “정부에서 인증받은 최고속도는 40㎞/h지만 첫날이라 최고 속도를 20㎞/h로 제한했다”며 “향후 최고 속도를 30㎞/h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셔틀 상단 디스플레이에서 차량 주변 상황과 이동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문희철 기자
안전성은 우수했다.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를 회피해 주행했다.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지면 ‘삑삑’ 경고음이 들렸다. 갓길에 불법 정차한 오토바이를 만나도 감속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자율주행셔틀의 안전거리는 5~10m로 설정되어 있었다.

다만 승차감은 다소 개선할 여지가 있었다. 저속으로만 달렸는데도 안전거리 안으로 차량이나 사람, 사물을 인식하면 다소 몸이 쏠릴 정도로 브레이크를 밟는 현상이 계속됐다. 옆 차선 차량이 슬쩍 차선을 물고 달려도 차량은 급정거했다.

이병진 팀장은 “청계광장~광장시장 구간은 점심시간에 보행자가 대거 무단횡단하고, 전자부품·조명·공구 등 소형 점포가 밀집해 갓길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도 부지기수라 고려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변수가 발생하는 구간”이라며 “이런 변수에도 자율주행차가 대응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범운행 장소를 이곳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청계광장~광장시장 운행…당분간 무료
자율주행버스는 비상시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개입할 수 있다. 문희철 기자
이번에 운행을 시작한 자율주행셔틀을 서울시가 임대한 가격은 연간 5억원. 2대의 차량과 안전관리자 인건비, 유지관리비를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이병진 팀장은 “정식 번호판을 달 수 있는 2026년 4월 이후엔 부가세 포함 대당 7억원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계A01번 버스는 시험운전자 1인을 제외하고 승객을 최대 8명까지 태울 수 있다. 2대의 차량이 11개 정류소에 정차하며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1일 11회 운행한다.

23일부터 무료 시범 운행에 돌입해 2026년 하반기 유료화할 예정이다. 유료화하더라도 기후동행카드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지하철·시내버스처럼 수도권 환승할인을 적용한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서울시 곳곳에서 고도화된 자율주행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국내 자율주행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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