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비야디(BYD), 지커(Zeekr)에 이어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Xpeng)까지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이른바 중국산 전기차의 연이은 상륙에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펑은 지난 6월 서울에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샤오펑이 조만간 국내 사업 총괄 인력을 선임하고, 딜러 네트워크 구축 등 실질적인 진출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샤오펑은 2014년 중국 광저우에서 설립된 전기차 전문 기업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기술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운영 체계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테슬라처럼 라이다 센서를 사용하지 않고, 카메라 기반 비전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차량 기능 무선 업데이트(OTA), AI 음성비서 등 디지털 사용자 경험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최근에는 전기차를 넘어 자율주행, 항공 모빌리티(AAM), 휴머노이드 로봇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배터리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일부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과 달리, 소프트웨어와 AI 기술 중심의 경쟁력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샤오펑의 국내 출시 1호 모델로는 중형 전기 세단 ‘P7’이 유력하다. ‘P7’은 샤오펑의 대표 모델로, 최대 700km(중국 기준)에 이르는 주행거리와 최고출력 593마력의 사양을 갖췄다. 테슬라 모델3와 직접 경쟁하는 차량으로, Xpilot 자율주행 시스템, OTA 기능, 음성 인식 기반 AI 인터페이스 등 샤오펑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집약돼 있는 모델이다.
중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최신 ‘P7’의 가격은 21만 9800 위안에서 30만 1800 위안 사이로, 이날 환율 기준 약 3800만~5300만 원 수준이다. 수입차 업계는 샤오펑이 국내에서 ‘P7’을 도입할 경우, 정부 보조금과 트림 구성, 환율 등을 감안해 테슬라 대비 20~30% 낮은 가격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샤오펑보다 앞서 국내 시장에 진입한 비야디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1월 출시한 전기 SUV ‘아토3(ATTO 3)’는 9월까지 누적 1947대가 판매돼 수입 전기차 시장 3위를 기록했다. 이후 선보인 세단 ‘씰(SEAL)’, 중형 SUV ‘씨라이언7(Sea Lion 7)’도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커는 올해 2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총괄에는 아우디코리아 전 대표를 영입했으며, 고급 세단 중심의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비야디의 시장 반응을 통해 중국 전기차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샤오펑 역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브랜드의 연이은 진입은 브랜드 간 경쟁을 넘어, 산업 생태계와 기술 주도권 경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