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통일교 후계다툼 심각…한학자, 아들 견제하려 尹부부에 청탁한 듯"

중앙일보

2025.09.22 23:43 2025.09.23 01:1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세 번의 소환 불응 만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청탁을 한 이유는 세력 다툼 중인 아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월간 현대종교 이사장인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 인터뷰에서 “통일교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한 청탁 내용을 보면 캄보디아가 있다”며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탁 교수는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인도차이나에서 통일교 영향력이 기존에 있던 곳인데, 문제는 종교적 포교 활동이 아니라 사회문화 개발사업 형태로 활동하고 이를 통해서 정·관계 네트워크를 넓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학자와 소송을 지속하고 있는 아들 문현진 의장이 아프리카와 남미, 중앙아시아 곳곳에서 확장하고 있다”며 “한학자 입장에선 (자신의) 기존 기반이 든든한 인도차이나에 대한 ‘집중적 굳히기’로 들어간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탁 교수에 따르면 통일교는 현재 한학자(교단), 3남 문현진(글로벌피스재단), 7남이자 막내인 문형진(미국 생추어리처치) 등 3개 분파로 나뉘어져 있고 이들 간 후계자 다툼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

탁 교수는 “문형진은 유튜브를 통해 친엄마(한학자)를 거의 저주하듯 교리적으로 공격하고, 문현진은 대단히 큰 비정부기구(NGO) 조직으로 각종 소송에서 이기며 여의도 파크원 건물처럼 상징적인, (사업으로) 계속 확장하는 중”이라며 “한학자에겐 내부 결속력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김건희 의혹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한 총재가 자신을 ‘독생녀’라며 통일교 교리를 설파한 것도 결국엔 “자신을 종교적 순교자로 포장하려는 내부 결속용 메시지”라고 탁교수는 해석했다.

탁 교수는 통일교 2인자로 꼽히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특검 조사에 협조하고 있는 모습도 “굉장히 독특한 상황”이라고 했다.

탁 교수는 “(초대 교주인) 문선명 시기에는 통일교 2인자들이 배신한 적이 없었다”며 “아마 한학자 측에선 안팎의 문제들로 ‘꼬리 끊기’를 원했을 것이고, 윤영호도 그런 감을 잡았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금품을 전달하고 이권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한편 한학자 통일교 총재는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으로 이날 구속됐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구속기소)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정시내([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