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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서 동물권운동 뜻밖 득세…동물실험 퇴출 방침

연합뉴스

2025.09.2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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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동물실험 연방정부 연구비 390억원 취소 신약·새 치료법 개발 기다리는 환자들과 과학자들은 우려
트럼프 정부서 동물권운동 뜻밖 득세…동물실험 퇴출 방침
지금까지 동물실험 연방정부 연구비 390억원 취소
신약·새 치료법 개발 기다리는 환자들과 과학자들은 우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오랫동안 좌파 운동으로 여겨져 오던 동물권 운동이 뜻밖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득세했다고 미국 CBS 뉴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일간지 '포스트앤드쿠리어'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BS 뉴스와 포스트앤드쿠리어는 공동취재한 탐사보도 기사에서 이런 실태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래 지금까지 미국 연방정부는 동물실험 연구비 중 이미 2천800만 달러(약 390억 원)를 취소했으며, 연방정부 산하 모든 보건 관련 기관들은 새로운 대안을 채택키로 하고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퇴출 중이다.
동물권 옹호 비영리단체 '화이트 코트 웨이스트'의 저스틴 굿먼 선임부회장은 "우리는 지금 분수령의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는 비용 지출에 회의적이고 제도권 과학에 회의적"이라며 "(이 기회에) 우리는 동물실험 자금지원을 가능한 한 많이 자르고 불태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권 옹호 활동가들과 연방의회 내 공화·민주 양당 소속 의원들은 연대해서 연방정부 기관들에 기존의 동물실험 관행을 바꾸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동물권 옹호 단체들은 동물실험에 쓰이는 연방정부 연구비를 연간 200억 달러(약 28조 원)로 추산하고 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높은 의약품 가격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백신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케네디 장관은 혁신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요구되는 현재의 의약품 승인 과정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백신, 말라리아 백신, 소아마비 백신, 타이레놀, 오젬픽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의약품이 개발될 때는 동물실험이 항상 필수적 역할을 해왔다.
클렘슨대 수의대의 스티븐 마크스 학장은 "주류의학에서는 그런 과정들, 그런 진단법들, 그런 치료법들은 대부분 동물에서 발견됐다"며 "그러나 그런 것들이 지금 인간 건강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임기를 시작한 이래 연방정부 산하의 모든 주요 보건 관련 기관들은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보훈부(VA)는 신경계 질환, 알코올 중독, 정신건강의 새로운 치료볍을 개발하기 위해 사용돼 오던 모든 영장류 연구를 종료키로 했으며 퇴출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보건원(NIH)은 개, 고양이, 영장류 실험들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데에 동의했다.
다만 NIH가 최근에 새로운 동물 연구를 시작한 사례도 감시기관들에 의해 발견됐으며,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연구계획들과 실험실용 동물을 기르는 업체들에도 연방정부 자금이 계속 흘러들어가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등이 지역구인 낸시 메이스(공화당) 연방하원의원은 화이트 코트 웨이스트 등과 협력해 동물권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메이스 의원은 동물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 자금지원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최근에는 NIH가 '모건 아일런드'에 자금지원을 계속하는 게 정당한지 설명토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연방하원에 제출된 예산법안에 삽입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외딴 지역인 모건 아일런드에는 법적으로 연방정부 소유인 붉은털원숭이 4천마리가 살고 있으며, 이 원숭이들 중 수백마리가 매년 필요에 따라 생포돼 미국 각지의 실험실로 보내진다.
화이트 코트 웨이스트의 굿먼 선임부회장은 이 원숭이들의 운명에 대해 "이 야생 서식처에서 강제로 분리돼 친구들과 가족들과 헤어져 실험실들로 보내진다. 매우 좁은 우리에 홀로 갇혀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실험을 당하게 된다"며 "솔직히 가슴이 찢어진다"고 CBS뉴스와 포스트앤드쿠리어에 말했다.
이 두 매체는 동물실험을 거쳐 개발되고 승인된 의약품 덕택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환자들과 그 보호자들, 그리고 새 의약품의 개발과 승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난치병 환자들과 그 보호자들의 걱정도 전했다.
마틴 머캐리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신약 승인 절차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계산 모델링, 인간 장기에 대한 실험실 실험과 데이터 분석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치료법을 더 빨리 그리고 더 믿을만하게 보급하면서도 연구개발(R&D) 비용과 의약품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보건과 윤리 양측에서 윈-윈"이라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공보건대학원의 '동물시험 대안 센터' 이사이며 환경보건 전문 변호사인 폴 로크는 연구에 동물을 이용할 필요가 없게 되기를 원한다면서도 "문제는 언제냐이다"라며 "답이 '내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어셔 증후군 1B'라는 희귀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딸을 둔 부모는 동물실험 중단 방침에 대해 "당장 모두 중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미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딸 리아는 7세이며,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으면 몇 년 내에 실명할 위기에 처해 있다.
동물실험 계속 허용 여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오리건 국립 영장류 연구소에서는 동물실험을 통해 리아가 앓는 병에 효과가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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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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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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