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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때 다친 미군 도왔던 세종시민…미국 인도주의 봉사상 받아

중앙일보

2025.09.2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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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초기 부상당한 미군을 보살핀 세종시민이 미국 정부가 주는 인도주의 봉사상을 받았다.

6.26때 다리를 다쳐 피신한 미군 상사를 보살핀 세종시민 임창수씨가 미국정부로부터 인도주의 봉사상을 받았다. 임씨가 문화해설사 임재한(왼쪽씨와 최민호 세종시장(오른쪽)과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세종시


전투 중 다친 미군 77일간 돌봐

세종시는 23일 “세종시 아름동에 거주하는 임창수(91)씨가 지난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5-1차 한미동맹컨퍼런스에서 미정부의 인도주의 봉사상과 한미연합사령관 명의의 감사장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엄지척’을 하며 기뻐했다.

임씨는 6.25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1950년 7월 16일 부상당한 랠프 킬패트릭 상사(당시 27세)를 발견, 77일간 보살폈다. 킬패트릭 상사는 금강 방어선 전투 이후 황급히 후퇴하는 과정에서 발목을 다쳐 지금의 세종시 금남면 영대리 금병산에 숨어있었다고 한다. 임씨는 당시 금남면에 거주하며 공주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임씨는 킬패트릭 상사에게 매일 먹을거리를 가져다주며 보살폈다.

임씨는 이후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인민군이 출몰하자 킬패트릭 상사를 아예 집으로 데려와 숨겨주기도 했다. 이때 그가 숨은 멍석 위로 인민군이 앉거나, 얇은 창호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민군의 눈길을 피해 숨어있기도 했다고 한다. 피가 마르는 긴장 상태에서 나날을 보내던 중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역전되면서 서광이 비췄다. 임씨는 1950년 10월1일 금남면 대평리를 지나 북상하던 미군에 킬패트릭 상사를 인계했다.

6.26때 다리를 다쳐 피신한 미군 상사를 보살핀 세종시민 임창수씨(가운데)가 미국정부로부터 인도주의 봉사상을 받았다. 사진 세종시


임씨 미군 사망 뒤에도 추모

이후 소식을 모르고 지내던 두 사람은 1972년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연락이 닿은 이후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눴다. 하지만 킬패트릭 상사가 1975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몇 년 뒤 킬패트릭 상사의 여동생이 “오빠가 김 선생님께 유산을 남겼다”고 연락했지만, 임씨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임씨는 매년 6월25일이면 금병산에 올라 킬패트릭을 추모해 왔다.

이 드라마 같은 사연은 전후 75년 만인 올해 초 임재한 세종시 문화해설사를 통해 최민호 시장에게 전해졌다. 최민호 시장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월요이야기’에서 이런 사연을 소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임씨는 지난 6월 25일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75주년 6·25 전쟁 기념행사에서 세종시장 감사패를 받았다. 이어 지난 7월 11일 열린 세종시 전동면 개미고개 전투 추모제에서 국방부장관 감사패를 받았다. 올해 개미고개 추모제에 참석한 미2항공전투여단 3-2항공대대 마이클 폴링 중령에게 두 사람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미정부의 인도주의 봉사상을 받게 됐다. 개미고개는 1950년 7월 9일부터 11일까지 국군과 유엔군이 남하하는 북한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폴링 중령은 이 사연을 지체 없이 본국에 전했고, 미정부는 신속하고도 엄정한 평가를 거쳐 임씨의 희생정신과 인도주의 정신을 기리기로 결정했다고 세종시는 전했다. 또 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영웅 킬페트릭 상사를 구해낸 임씨가 굳건한 한미동맹의 상징이 될 만하다는 판단에 따라 한미연합사령관 명의의 감사패도 수여됐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이들 사연은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여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방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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