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성데레사 진료소’의 정춘실 소장(59)은 젊은 시절 이렇게 다짐했다. 이런 다짐은 30대의 정 소장을 아프리카로 이끌었다. 그는 25년간 의료 불모지의 주민 80만명이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헌신해왔다.
정 소장은 제37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23일 정 소장을 포함한 아산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아산상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 또는 단체를 격려하는 의미에서 1989년 제정됐다.
정 소장은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1995년 영국에서 수녀로 종신서원을 했다. 그는 영국 미들섹스대학교에서 간호학을 공부했고, 1999년 간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는 그가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그는 2000년 아프리카로 건너갔다. 2003년 케냐 수도 나이로비 외곽 키텐겔라 지역에서 ‘성 데레사 진료소’의 설립을 주도하며 가난한 주민들이 사립병원의 20~30% 수준의 진료비로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진료소는 저렴한 비용과 환자 중심의 진료로 신뢰를 얻으며 현재는 연간 2만 8000여 명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 정 소장은 현지인들이 직접 진료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을 육성하고 진료체계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가난 때문에 꿈을 포기했던 청년이 정 소장의 도움으로 의대에 진학해 진료소 의사가 되기도 했다.
정 소장은 2007년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말라위 ‘음땡고 완탱가 병원’ 책임자로 파견됐다. 당시 말라위는 더 열악했다. 잦은 정전과 연료 부족으로 병원의 발전기를 돌리지 못해 인큐베이터 속 신생아가 위험에 처했고, 제왕절개 수술 중 전기가 끊겨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수술하는 절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정 소장은 이곳에서 2018년까지 머물며 병원의 진료ㆍ행정 체계를 만들었다. 응급실을 만들고,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진료 환경도 개선했다.
정 소장은 여전히 아프리카에 머물고 있다. 그는 최근엔 케냐 수도 나이로비 외곽 칸고야 농촌지역에 새로운 진료소를 건립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새 진료소에 필요한 기금 마련부터 설계, 공사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이끌고 있다. 그는 아산상 상금도 진료소 건설에 보탤 계획이라고 한다.
이날 아산재단은 정 소장 외에 의료봉사상 수상자로 김웅한 서울대 의대 교수(62)를 선정했다. 김 교수는 1999년 중국을 시작으로 몽골, 우즈베키스탄, 에티오피아 등 의료 환경이 열악한 17개국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844명의 무료 심장수술을 집도했다. 또 3000 명이 넘는 현지 의료진을 교육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번 시상식은 11월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개최된다. 아산상 대상 수상자인 정 소장에게는 상금 3억 원, 의료봉사상 수상자 김 교수와 사회봉사상 수상자 김현일ㆍ김옥란 부부에게는 각각 2억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또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효행ㆍ가족상 3개 부문 수상자 15명에게도 각각 2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되는 등 6개 부문 수상자 18명(단체 포함)에게 총 10억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