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족’이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로 재진입하자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어서다.
5대 시중은행(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에 따르면 이달 22일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 잔액은 39조7158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8268억원 증가했다. 8월 한 달 증가 폭(4512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규모다. 마통 잔액이 늘면서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104조9371억원)도 8월 말보다 8581억원 불어났다. ‘6·27 대출 규제’ 직후인 7월에는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4333억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각종 규제로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꺾였는데 마통 인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최근 활황인 증시 투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 마통만이 아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3조37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7조2200억원 증가했다. 잔고액은 2022년 1월 20일(23조1717억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대다. 투자자들의 주가 상승 기대가 커질수록 신용 잔고도 불어난다.
‘빚투족’이 급증한 것은 코스피 영향이 크다. 2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51% 오른 3486.19에 거래를 마쳤다. 역대 최고가다. 이달 들어 처음으로 3300선과 3400선을 차례로 돌파한 데 이어 3500선 턱밑까지 치솟았다. 22일(현지시간) 뉴욕 3대 지수의 사상 최고치, 메모리 반도체 훈풍,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 등 호재가 겹치면서 코스피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풍부한 유동성이 한국을 포함한 일부 아시아와 미국에 몰린다”며 “하지만 반도체 등 특정 종목이 급등하고 과열되는 움직임도 있어 과도한 빚투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