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와 만나 인공지능(AI)과 재생에너지 등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래리 핑크는 ‘장막 뒤 월스트리트의 제왕’이란 별명을 가진 세계 자본시장의 큰 손이다. 그가 운용 중인 자산은 12조5000억 달러(한화 약 1경 7000조 원) 규모다.
핑크 회장 섭외에는 차지호(경기 오산·초선) 민주당 의원, 김우창 대통령실 AI 정책비서관,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차 의원과 김 비서관이 MOU 아이디어를 낸 뒤, 핑크 회장과 친분이 있는 김용 전 총재를 통해 결국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날 접견에는 차 의원 외에 김용 전 총재도 공동배석했다.
처음 MOU 구상을 끄집어낸 건 차 의원이라고 한다. 이후 함께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한 적이 있는 김 비서관에게 아이디어를 공유해 계획을 현실화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비서관은 AI 전문가이지만 실제 전공은 금융 공학이라 금융 흐름에 대한 이해도 높은 편”이라며 “카이스트 교수 출신 두 사람이 몇 달간 시너지를 발해 MOU 체결에 이른 것”이라고 전했다.
차 의원은 국제보건학 전공자라는 점을 고리로 20여 년 간 인연을 이어온 김 전 총재에게 주목했다. 그가 블랙록 자회사인 글로벌인프라파트너스(GIP)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며 핑크 회장과도 가까운 사이라서다. 김 전 총재는 차 의원의 부탁을 받고 MOU 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세일즈 포인트는 이재명 정부의 AI·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의지였다고 한다. 블랙록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과 함께 'AI 인프라 파트너십(AIP)'을 구성해 AI·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앞장서고 있어서다. 차 의원은 이날 미국 뉴욕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블랙록은 이미 AI, 재생에너지 전환에 주도성을 갖고 있고 글로벌 빅 테크 기업, 국부펀드와 손잡고 생태계를 형성 중”이라며 “우리 정부도 AI와 재생에너지 두 축을 과감히 전환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체결한 MOU 내용은 ▶국내 AI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협력 논의 ▶한국 내 아시아·태평양 AI 허브 구축 협력 ▶글로벌 협력 구조 마련 등 3가지다. 블랙록과 한국 정부는 향후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투자 규모, 투자처 등 세부 내용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