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33)과 드니 부앙가(29, LAFC)가 미국 무대에서 전례 없는 파괴력을 뿜어내고 있다.
LAFC는 22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시즌 MLS 33라운드 레알 솔트레이크와의 홈경기에서 4-1로 대승을 거뒀다. 전반 선제 실점을 허용했음에도, 손흥민과 부앙가의 연쇄 폭발로 단숨에 흐름을 뒤집으며 서부 콘퍼런스 4위에 안착했다.
경기장의 주인공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박스 안에서 감각적인 힐 패스를 내주자 부앙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동점골이었다. 단 2분 뒤에는 손흥민 스스로가 해결사로 나섰다. 측면에서 공을 잡은 그는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2-1 역전을 만들었다.
후반전에도 흥부 듀오의 시너지는 이어졌다. 후반 28분, 손흥민이 하프라인에서 빠르게 공을 연결했고, 모란의 침투 패스가 이어지자 부앙가가 침착한 칩슛으로 멀티골을 완성했다. 이후 경기 막판, 부앙가는 또 한 번 골을 터뜨리며 해트트릭을 완성. 결국 LAFC는 4-1 대승을 확정지었다.
이날 결과는 단순한 승리를 넘어 MLS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남겼다. 바로 한 팀이 3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달성한 사상 최초의 기록. 지난 14일 산호세전에서 부앙가가 해트트릭, 18일 솔트레이크 원정에서는 손흥민이 MLS 데뷔 첫 해트트릭,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다시 부앙가의 해트트릭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야말로 ‘흥부 듀오’라는 애칭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었다.
손흥민의 적응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이날 1골 2도움을 포함해 리그 7경기 만에 6골 3도움. 단숨에 팀의 핵심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토트넘 시절 해리 케인의 득점왕을 뒷받침하던 그림이 이번에는 MLS에서 재현되고 있다. 손흥민은 스스로도 꾸준히 득점하면서, 동시에 파트너 부앙가의 득점왕 도전을 힘껏 돕고 있다.
부앙가의 페이스는 그야말로 괴물급이다. 이번 시즌 리그 22골로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와 득점 공동 선두. MLS 역사상 최초로 3시즌 연속 20골을 돌파한 그는 이제 두 번째 득점왕 타이틀을 정조준하고 있다. 도움 부문에서 메시(12개)에 밀려 2위지만, 최근 7경기 9골이라는 폭발적인 기록은 끝까지 경쟁을 이어갈 충분한 무기다.
LAFC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 역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과 부앙가의 득점은 단순히 골 이상의 의미다. 그들이 터트릴 때마다 수비수들도 100분 이상 뛸 힘을 얻는다. 팀 전체가 살아난다.” 팀 전술의 중심이자, 심리적 기둥이라는 얘기였다.
손흥민은 부앙가와의 시너지에 대해 “경기장 안팎에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 부앙가가 원하는 움직임을 빠르게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게 호흡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부앙가도 화답했다. “손흥민과 함께 뛰면 정말 자연스럽다. 경기장에서 서로를 찾는 게 너무 쉽다. 말이 필요 없다.”
결국 손흥민과 부앙가의 만남은 MLS 무대의 흐름 자체를 바꿔버렸다. 메시가 여전히 건재하지만, 지금 팬들의 시선은 ‘흥부 듀오’에게 쏠려 있다. 3경기 연속 해트트릭이라는 미증유의 기록, 그리고 계속해서 쌓이는 득점포와 어시스트. 그들의 발끝에서 MLS의 역사가 새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