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이 ‘한국 혼혈 국가대표’ 옌스 카스트로프(22·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의 병역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독일 매체 빌트의 더크 크륌펠만 기자는 23일(한국시간) “묀헨글라드바흐 스타 카스트로프가 갑자기 병역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며 “독일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4경기를 뛴 카스트로프는 지난달 대한축구협회로 소속을 변경해 한국축구대표팀에서 뛰어 병역 문제를 맞닥뜨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독일과 달리 한국은 엄격한 징병제가 시행되고 있다. 모든 건강한 남성은 18개월에서 21개월간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해야 한다”며 “스포츠 스타나 유명인도 예외는 거의 없으며, 심지어 손흥민조차 201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얻어 가까스로 면제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빌트의 보도는 잘못된 보도다. 일단 한국 병역법 규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손흥민을 예로 들었는데, 손흥민은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한국에서 태어났다. 반면 카스트로프는 한국인 어머니 안수연씨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나 케이스가 다르다. 한국 병역법상 카스트로프는 만 37세가 되기 전까지는 1년에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거나 또는 60일 이상 경제 활동을 할 경우 군에 소집될 수 있다. 묀헨글라드바흐 선수 생활에 있어 문제 없다. 무거운 병역 의무를 인지하고도 카스트로프는 ‘어머니의 나라’에서 뛰겠다며 지난 2월 한국에 출생 신고를 했고, 5월에는 한국 여권을 발급 받았다.
빌트는 카스트로프가 “현재 매니지먼트와 계속 논의 중이다. 무엇보다도 국가대표가 된 걸 기쁘게 생각하고 있고, 나머지는 한걸음씩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거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카스트로프는 지난달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은 단순한 여권 문제가 아니라, 제가 진정으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군 문제 역시 잘 알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제가 한국 대표팀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해 뛰고 싶다는 의지다. 대한축구협회, 매니지먼트와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독일축구협회는 독일 A대표팀의 스카우팅 롱리스트(long list·잠재적 후보자)에 포함됐다며 막판까지 카스트로프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카스트로프는 태극마크를 택했고 이달 미국 원정 평가전에서 성공적인 한국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미국전에 교체출전해 종횡무진 활약했고, 멕시코전에 선발출전했다.
독일 매체 빌트는 배가 아픈 걸까. 빌트의 크륌펠만 기자는 지난 10일에도 “카스트로프는 월드컵 꿈 대신 묀헨글라트바흐 주전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A매치 기간 동안 헤라르도 세오아네 감독에게 어필할 기회를 놓쳤다”며 “미국 원정에 따름 시차 적응으로 훈련 복귀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10월과 11월 A매치에 나설 경우 아시아로 장거리 이동까지 해야 한다”는 악담에 가까운 기사를 썼다.
그러나 빌트 예상과 달리 지난 16일 세오아네 감독은 성적부진으로 경질됐고, U-23팀을 이끌던 오이겐 폴란스키가 임시 지휘봉을 잡았다. 주전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도 틀렸다. 카스트로프는 지난 22일 레버쿠젠과 분데스리가 경기에 보란 듯이 선발 출전해 72분간 뛰었다. 전반 23분 후방에서 넘어온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지만, VAR(비디오판독) 끝에 어깨가 조금 나와 득점이 아깝게 취소됐다.
빌트는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더 선처럼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기로 유명하다. 빌트는 지난 시즌 아킬레스건 통증을 참고 뛴 독일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 김민재에게 혹평을 쏟아냈다.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가 오현규(헹크)의 멀쩡한 무릎을 문제 삼아 이적료를 깎으려다 협상이 결렬됐을 때도 독일 언론들은 슈투트가르트 입장만 대변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뛰던 10대 시절 상상하지도 못할 인종차별을 겪었던 손흥민은 인생경기로 2018년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을 꼽으며 “언젠가는 꼭 갚아줘야겠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가지고 있었다. 독일 사람들이 우는 모습을 봤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로 복수해줄 수 있었다”고 말한 게 유럽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손흥민은 당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위 독일을 맞아 50m를 주파해 쐐기골을 터트려 제대로 설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