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사진)의 문을 여는 첫 넘버 ‘대성당의 시대’. 지난 17일 공연이 끝난 이후 인사를 하던 배우들은 갑자기 관객들에게 ‘떼창’을 유도했는데, 제법 많은 이들이 흥얼거리며 화답했다. 아마도 한국어 가사였다면 ‘떼창’ 데시벨이 훨씬 높았을 것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20년 만에 진행 중이다. 15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신분이 다른 세 남자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이 작품은 52개의 노래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이다. 풍부한 성량을 지닌 배우들의 애절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특히 주교 프롤로 역의 다니엘 리부아는 76세의 고령이 믿기지 않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노래 못지않게 매력적인 것은 여느 뮤지컬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고난도 안무다. 댄서들은 건물 4층 높이의 성당 벽을 오르내리고, 공중에 매달린 대형 종을 흔들며 무대를 휘젓는다. ‘미치광이들의 축제’ 넘버에서 시대의 광기를 표현하는 군무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지난 2006년 프렌치 내한 앙코르 공연 때 처음 만났다. 인생 첫 대극장 뮤지컬이다. 19년 만에 만난 이 작품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결이 다른 질감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다음 달부터 대구·부산·세종·경주에서 지방 투어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