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컵을 들고 버스에 오르던 젊은 여성이 무안을 당하고 도로 내려간다. 못 타게 하는 기사의 표정이 단호하다. 외국 관광객들도 마찬가지다. 예기치 못한 승차 거부에 어찌할 줄 몰라 한다. 급제동하면 쏟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해는 가지만 너무 나갔다고 본다. 그래서 가끔 실랑이가 벌어진다. 휴일 이른 새벽 초등학교 앞에서 시속 41㎞로 달리다 범칙금 통지서를 받았다. 스쿨존 벌금은 엄청(?)나다. 일요일이든 한밤중이든 예외 없이 뗀다. 아이들 등교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뗀다.
마뜩잖은 규제는 또 있다. 서울근교 산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중장년층들이 상당하다. MZ세대는 드물다. 백운대만 예외다.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이십 대들의 긴 줄에 젊음이 넘친다. 산에 가는 또 다른 재미는 먹는 데 있다고 한다. 취사는 못 한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저마다 챙겨온 먹거리를 꺼낸다. 김밥·컵라면도 있고 심지어 삭힌 홍어까지 눈에 띈다. 그러나 막상 판을 펼치며 모두가 주위를 살핀다. 몰래 가져온 술을 마시기 위해서다. 그러나 산에서는 단 한잔의 막걸리도 불가능하다. 적발되면 10만원 벌금이다. 산에서 음주를 막는 나라는 무슬림 국가를 제외하곤 찾기 어렵다. 적당한 알코올은 산행의 필수품, 등산용 술병(hip flask)까지 있지 않은가.
종로3가 탑골공원 일대에 ‘바둑, 장기판 금지령’이 내려졌다. 취객들의 난동 때문이라고 한다. 구청·경찰서가 대대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장기판 옆에서 훈수 두는 어르신들의 풍경이 사라졌다. 바둑·장기 두는 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부자나라 대한민국을 이만큼 만든 주역들이 공권력에 의해 야멸차게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썩은 가지가 있다고 나무를 통째로 자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과잉행정이다. 네거티브 시스템 (규제를 최소화하여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 대부분의 선진국이 도입하고 있다)은 말뿐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너무 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