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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원님재판·낙인찍기로 점철된 법사위 청문회

중앙일보

2025.09.23 08:14 2025.09.2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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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호 정치부 기자
지난 5일, 22일 두 차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개혁 입법청문회는 증거 없이 자백을 강요하는 취조실을 방불케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불법 대북송금 사건의 또 다른 피고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변호인을 발언대에 세웠다. 이어 “검사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느냐”(서영교)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았다는 장소에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냐”(김기표)는 질문을 던져 맞장구를 받아냈다. 검사들에게는 “조작 수사, 공작 기소를 진행한 검사”(전현희) “부끄러움을 못 느끼냐”(박균택)는 비난을 쏟아냈다. 수사 검사가 대북송금이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라는 진술을 받아내려 검사실에서 이 전 부지사 등에게 연어회와 술을 제공했다는 충격적 음모를 파헤치는 민주당의 방식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의 피의자 2명(압수계 수사관)과 당시 수사검사를 불러 내 직접 조사도 했다. 관봉권 띠지를 고의로 훼손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유무죄가 가려지지 않은 검사와 수사관들을 생중계 카메라 앞에 세우고 이름을 공개한 채로 “남편의 직업은 무엇이냐”(김기표) “계속 그런 식으로 해보라”(장경태)며 따지고 호통쳤다. 몰아치는 고함과 비상식적인 질문에 불쾌해하거나 우물쭈물하면 “이게 대한민국 검찰”(박은정)이란 비아냥 세례가 이어졌다.

박상용 검사가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검사들의 부연 설명 시도는 번번이 가로막혔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 아니면 어떻게 하겠냐”(박상용)는 반박은 “항변하는 자리가 아니다”(추미애) “전부 다 위증”(서영교)이라며 틀어막았다.

이 전 부지사는 대법원에서 유죄(징역 7년 8월)가 확정됐고, 김 전 부원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5년형을 받고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 세계관에서는 의미 있는 팩트가 아니다. 사법부 역시 오염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사법부의 정치개입 의혹을 밝히겠다며 30일 또 다른 청문회를 예고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4명의 대법관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 상고심 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회동했다는 또 다른 음모론이 테마다.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기일을 잡았을 때 민주당은 “이렇게 신속한 결론을 예고한 것은 무죄라는 것”(추미애)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결론이 희망과 다르자 꺼내 든 게 ‘조-한 회동설’이다. 4개월 새 익명의 제보 외의 근거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의심은 믿음으로 변했다. 그래서인지 정작 음모론의 진원인 ‘열린공감TV’ 관계자는 증인·참고인으로 부르지 않았다. 음모의 진위 따윈 관심 없는 게 분명하다.





하준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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