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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탓하는 토히르, 신태용 버린 인도네시아… 4차 예선 앞두고 혼돈 자초

OSEN

2025.09.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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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심판 탓하기 전에 감독부터 똑바로 했다면.

인도네시아 매체 ‘인닐라’는 23일(한국시간)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장은 FIFA의 공식 서한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승인을 근거로 협회장직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토히르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사업가로, 과거 인터밀란과 DC 유나이티드 구단주를 지냈다. 2023년 협회장에 취임했을 당시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신태용 감독 체제였다. 신태용은 2020년부터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동시에 지휘하며 AFF 챔피언십 준우승, SEA게임 금·동메달, AFF U-23 준우승, AFC U-23 아시안컵 4위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올 1월 토히르 협회장은 신태용 감독의 경질을 전격 결정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협회는 “대표팀 성과와 장기적인 목표를 신중히 검토한 결과”라고 발표했다. 후임으로는 네덜란드 출신 패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새로운 체제가 시작됐다.

단 좋은 성과를 내고 있던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고 클라위베르트를 선임한 것은 여러 가지 논란을 야기했다. 문제는 ‘감독 교체’가 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7월 들어 인도네시아 현지 온라인에서 ‘신태용 복귀설’이 재점화됐으나 가짜 뉴스로 판명났다.

팬 여론도 갈렸다. 일부는 “차라리 신태용에게 다시 맡기자”는 주장을 폈지만, 현지 유력 스포츠 매체는 “신태용 복귀 요구보다 ‘클라위버르트 유임’이 낫다”는 팬 여론을 전하며 차기 국면의 안정화를 주하는 소동으로 이어졌다.

한편 아시아 4차 예선 대진은 7월 17일 확정됐다. 인도네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A조는 카타르·UAE·오만. 개최지는 B조 사우디, A조 카타르로 결정됐고, 경기일정은 10월 8일·11일·14일의 3연전(단판 라운드로빈)이다. 조 1위는 월드컵 본선 직행, 2위는 11월 5차 예선(플레이오프)으로 간다. 

즉, 인도네시아는 사우디(개최국)의 홈 텃세와 이라크의 조직력을 이 단기간 미니리그에서 뚫어야 한다. 내용과 결과를 동시에 요구받는 ‘정밀 타이밍’에 감독 이슈와 가짜뉴스 파동이 겹친 셈이다. 여기에 신태용은 이미 8월 6일 K리그 울산 HD 사령탑으로 복귀하며 진작 ‘차선책’ 논란에서 멀어졌다. 복귀설은 현실적으로도 설 자리가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토히르  협회장 역시 클라위베르트 감독 체제에 올인하고 있다. 복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토히르 회장은 지난 17일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회 사무총장이 FIFA에 이미 공식 서한을 보냈고, AFC에도 심판 배정 문제를 항의할 예정”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토히르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전 주심으로 쿠웨이트 출신이 배정된 것을 문제 삼았다. 토히르는 “호주, 일본, 중국, 심지어 유럽 심판들이 더 중립적일 것”이라며 공정성 확보를 위한 로비 활동 의지도 드러냈다.

‘볼라 스포츠’는 “인도네시아는 과거 중동 국가와 경기에서 편파 판정 의혹을 반복적으로 겪었다”며 우려를 전했고, 이라크전 주심 배정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주심 마닝은 과거 한국과 경기에서 잦은 옐로카드와 판정 논란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실제로 지난해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에서 한국전을 맡아 거센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그러나 AFC는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베트남 매체 ‘VN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AFC는 쿠웨이트 출신 아흐메드 알 알리 주심을 비롯한 중동 심판진이 그대로 사우디전을 맡는다고 확정했다. 결국 토히르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 같은 예민한 반응의 배경에는 불안한 성적도 자리한다. 인도네시아는 사상 첫 월드컵 본선을 노리고 있으나 객관적 전력에서 사우디·이라크에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신태용 감독을 경질한 선택 역시많은 비판을 받는 상황이기에 토히르의 과도한 판정 문제 제기는 그만큼 조별리그 성적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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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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