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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공섬 ‘영토’ 배짱…따라한 베트남엔 저자세

중앙일보

2025.09.23 08:47 2025.09.2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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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인공섬. 베트남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바르크 캐나다 암초를 매립해 만든 인공섬. 지난달 활주로와 군수품 저장소 등이 관측됐다. [사진 AMTI 홈페이지]
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중국 벤치마킹’에 열중하고 있다. 영유권 분쟁 과정에서 중국이 벌여온 ‘인공섬 건설’을 따라 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서 ‘원조’를 추월할 만큼의 규모를 이룩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조용하다. 또 다른 영유권 분쟁국인 필리핀 선박엔 물대포를 쏘며 무력 충돌을 불사하는 것과 상반된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22일(현지시간) 중국의 이중 잣대엔 베트남의 높은 외교적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트남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확장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AMTI)는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2021년 0.5㎢에 불과하던 스프래틀리 군도 내 베트남 인공섬 면적은 3월에 9.1㎢로 늘었다”고 밝혔다. 4년 새 이 지역에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 면적(14.2㎢)의 70% 수준에 근접했다.

보고서는 베트남이 스프래틀리 군도에 남아 있던 모든 전초기지에서 매립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유 중인 21개 암초·간출지(썰물 때 드러나는 땅) 모두 인공섬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AMTI는 “소규모 콘크리트 사격 진지 정도만 있던 앨리슨 암초 등 8곳에 대해 올해 초부터 매립 작업이 이뤄지기 시작했다”며 “이미 준설 작업을 통해 중간 규모 인공섬으로 만들었던 웨스트 암초 등 3곳에서도 추가 확장 작업을 재개했다”고 분석했다. 신규로 매립 작업 중인 8곳의 총면적만 4.4㎢라는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의 인공섬 크기는 중국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베트남 인공섬은 규모뿐 아니라 군사기지 기능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대형 군용기를 띄울 수 있는 길이 4㎞ 이상의 활주로와 대형 함정이 드나들 수 있는 항구도 추가 건설되고 있어서다.

중국 인공섬. 중국이 2014년부터 인공섬으로 개조한 스프래틀리 군도의 피어리크로스 암초로 활주로와 군사 시설이 배치돼 있다. [사진 AMTI 홈페이지]
베트남의 세력 확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중국은 관망에 가까운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FP는 “중국 정부가 AMTI 보고서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며 “남중국해에선 양측이 2019년 이후 큰 사건 없이 평온한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의 태도는 또 다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국인 필리핀을 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16일 중국 해경은 루손섬 인근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주변에서 필리핀 공무선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 8월에는 필리핀 연안경비대 함정을 추격하던 중국 해군 구축함과 해경 경비함이 서로 충돌했다.

차준홍 기자
FP는 필리핀의 친미, 베트남의 친중 노선이 중국의 선택적 강온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필리핀은 202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집권 후 가까워진 대미 관계를 토대로 중국 견제를 강화했다.

반면에 베트남은 중국에 여전히 중요한 카드다. 최근 중국 전승절 행사엔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이 참석했다. 베트남은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 협의체 브릭스(BRICS) 파트너 국가다.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하노이를 방문해 경제·통상 협정을 체결했다.

남중국해에서 베트남에 중국이 ‘저자세’를 보이는 건 전략적 움직임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FP는 “베트남도 필요할 때 중국을 찾는다”며 “양국은 공산당 중심의 공통분모로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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