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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28배 뛸 때, 하이닉스는 2배

중앙일보

2025.09.23 10:20 2025.09.2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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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엔비디아(2787%), 유나이티드헬스(314%), 마이크로소프트(281%).

중국=알리바바(1188%), BYD(1098%), 텐센트(671%).

한국=SK하이닉스(215%), KB금융(162%), 하나금융(106%).

성장세가 두드러진 한·미·중 대표 기업의 최근 10년 새 매출 증가율이다. 기업의 성장세는 물론이고 성격도 뚜렷하게 차이가 났다. 혁신 없는 국내 기업 생태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최근 10년 새 포브스 2000대 기업의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다.

정근영 디자이너
23일 대한상의가 펴낸 ‘글로벌 2000대 기업 변화로 본 한·미·중 기업 삼국지’ 보고서에 따르면 포브스 2000대 기업 중 미국 기업은 2015년 575개에서 올해 612개로 6.5%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은 180개에서 275개로 52.7% 급증했다. 반면에 한국은 66개에서 62개로 6.1% 줄었다.

같은 기간 해당 기업군 매출도 미국은 11조9000억 달러에서 19조5000억 달러로 63%, 중국은 4조 달러에서 7조8000억 달러로 95% 각각 증가했다. 한국은 1조5000억 달러에서 1조7000억 달러로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 증가세로 보면 미국은 한국의 4.2배, 중국은 한국의 6.3배 수준이다. 최근 10년 새 한국의 기업 성장 생태계가 미국·중국에 비해 크게 뒤졌다는 의미다.

박경민 기자
포브스는 매년 시장 영향력과 재무 건전성, 수익성 등이 좋은 선도 기업 2000곳을 전 세계에서 선정한다. 쉽게 말해 ‘국가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기업의 힘은 첨단 산업에서 나왔다. 10년 새 매출 증가율을 보니 엔비디아 2787%, 유나이티드헬스 314%, 마이크로소프트 281%, CVS헬스 267%에 달했다. 정보기술(IT)·헬스케어 기업이 성장세를 주도했다. 스톤X(금융사), 테슬라(전기차), 우버(차량 공유),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도어대시(음식 배달), 블록(모바일 결제) 등도 포브스 20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도 IT·에너지 같은 ‘신흥 강자’가 두각을 드러냈다. 매출 증가율이 알리바바 1188%, BYD 1098%, 텐센트홀딩스 671%, BOE테크놀로지 393%에 달했다. 파워차이나(에너지), 샤오미(IT), 디디글로벌(차량 공유), 디지털차이나그룹(IT) 등이 신규 진입했다.

한국은 ‘금융’ 쏠림이 심했다. 10년 새 매출 증가율 215%를 기록한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KB금융그룹(162%), 하나금융그룹(106%), LG화학(67%) 등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새로 2000대 기업에 합류한 곳도 삼성증권, 카카오뱅크, 키움증권, iM금융그룹, 미래에셋금융그룹 등 금융사였다. 기업의 양과 질 모두 기술혁신과는 거리가 있었다. 올해 포함된 기업 수만 보면 미국(621개), 중국 (317개), 일본(180개), 인도(70개), 영국(68개)에 이어 한국(62개)이 6위를 차지했다. 순위가 가장 높은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19위)다. 이어 현대차(142위), SK하이닉스(155위), KB금융그룹(248위) 순이었다.

지난 10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2025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포럼’에서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인재가 연구개발(R&D)을 이끌고 성과가 창업과 산업으로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는 정부와 기업, 대학이 함께 뜻을 모아 노력할 때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대한민국은 세계 수준의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R&D 패러독스(역설)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보스턴(미국)이나 중관춘(중국)처럼 한국도 제대로 된 창업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20~2023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간 비중은 0.04%에 그쳤다.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진입한 비중은 1.4%였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기업을 균등 지원하기보다 반도체나 AI같이 ‘될 만한’ 산업을 골라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처벌하고, 규모보다 산업별로 규제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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