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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한강 소설 인용하며 “국제사회 복귀” 선언…박수 3번 나왔다

중앙일보

2025.09.23 10:58 2025.09.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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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취임 후 첫 기조연설을 마쳤다. 사실상 이 대통령의 다자외교 무대 데뷔전인 이날 연설에선 모두 세 차례 박수 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첫 박수는 12·3 비상계엄 극복과 한국의 국제무대 복귀를 선언할 때 울렸다. 짙은 남색 정장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연단에 오른 이 대통령은 “한때 민주주의와 평화가 위기에 처했지만, 대한민국은 그때마다 불굴의 저력으로 일어섰다”며 “친위쿠데타로도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대한국민의 강렬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 실린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라는 문장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을 함께할 모든 이들에게 ‘빛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저는 오늘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의 미래를 논의할 유엔총회에서, 세계 시민의 등불이 될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말하자, 총회장에 앉아 있던 190개여국 정상·관계자들은 일제히 손뼉을 쳤다. 이에 이 대통령은 “감사하다”며 사의를 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두 번째 박수는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민주 대한민국은 평화공존, 공동 성장의 한반도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며 “그 첫걸음은 남북 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 존중의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는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다시 한번 손뼉을 쳤다.

이날 회의장엔 북한 측 인사들도 앉아 이 대통령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측 좌석에 연설 내내 1~2명의 인사가 앉아 경청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49분부터 시작해 1시 9분까지 기조연설을 했다. 196개국 가운데 7번째 순서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의 기조연설 다음 순서로 연단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한민국’을 33차례, ‘평화’와 ‘민주주의’를 각각 25차례, 12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20분간의 연설을 마무리하며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이라는 한반도의 새 시대를 향해,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Better Together)의 길을 향해, 우리 대한민국이 맨 앞에서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박수가 울리는 동안, 이 대통령은 의장석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연단에서 내려갔다.



오현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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