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김상민 전 검사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구매하면서 김진우씨(김건희 여사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대금을 조달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23일 파악됐다.
김 전 검사는 강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의 취향을 알아본 사실은 인정했지만, 김씨의 부탁으로 대리 구매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김 전 검사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림 구매 과정을 설명하면서 “미술업계 지인 강모씨로부터 한국·일본 작가 등 3명의 각기 다른 그림을 추천받았고, 투자 가치가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는 이 화백 그림을 최종 선택했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그림 추천 전 김 여사의 취향을 알아봐 달라는 김 전 검사에게 “여사님 취향은 윤형근과 박서보”라고 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진술과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김 전 검사가 김 여사에게 전달할 그림을 구매했다고 판단했다. 윤형근‧박서보 화백과 함께 이우환 화백은 한국 단색화의 거장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반면 김 전 검사 측은 “김 여사 취향을 맞추려고 했으면 윤형근이나 박서보 화백의 그림을 선물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김씨가 동생인 김 여사에게 ‘그림 잘못 샀다’는 말을 들을까 우려해서 알아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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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4000만원 현금 출처 수사
김 전 검사는 특검팀 수사에서 2023년 1월 김씨와 교대역 일식집에서 만나 봉투에 담긴 현금을 전달받고, 이 돈으로 강씨를 통해 1억4000만원짜리 이 화백 그림을 구매했다고 진술했다. 같은 달 서울 송파구 고깃집에서 김씨를 다시 만나 그림을 직접 전달했다고도 했다.
반면 특검팀은 김 전 검사가 김씨로부터 현금을 받은 적 자체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1억원이 넘는 현금이 김씨나 김 전 검사가 아닌 제3자로부터 조달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림을 구매한 시점에서 두 사람 모두 현금을 인출한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그림값의 출처를 찾기 위해 김 전 검사 주변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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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뇌물 혐의로 소환
특검팀은 25일엔 그림 수수와 관련해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의 피의자로 소환한다. 김 여사가 이 화백의 그림을 전달받고 그 대가로 김 전 검사의 국회의원 출마나 국가정보원 법률특보 임명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앞선 특검 조사에서 김 여사는 “김씨 집 거실에 있는 이 화백의 그림을 보고 ‘이 화백 그림은 위작이 많아 나라면 안 살 텐데’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