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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같은 토종기업은, 돌아온 유학파 '바다거북'이 키운다 [창간 60년-中혁신 리포트]

중앙일보

2025.09.23 13:00 2025.09.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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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챗GPT인 딥시크, 미국이 블랙리스트에 올려 ‘경계 대상 1호’로 삼은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즈푸(智譜)는 공통점이 있다. 딥시크 설립자인 량원펑(梁文鋒, 저장대)과 즈푸 설립자인 탕제(唐杰, 칭화대)가 유학 경험이 없는 ‘토종’ 인재인데도 독보적인 AI 기술을 선보였단 점이다. 중국 대학 출신의 혁신 인재가 배출되는 건 ‘하이구이(바다거북이·해외 유학파 중국인)’들이 중국으로 돌아와 후학을 키운 덕이다.

김주원 기자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에서 테뉴어(종신교수)를 박차고 중국에 돌아온 쑨난(孫楠) 칭화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쑨 교수는 칭화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교수직까지 얻었다. 당시 미국 연봉은 15만 달러(약 2억원)였다. 반면에 칭화대는 연봉 100만 위안(약 1억9276만원)과 함께 연구팀을 준다고 했다. 34세였던 2020년, 쑨난은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 반도체 자립에 인생을 걸기 위해서였다.

김영옥 기자
중국은 천재 쑨난을 밀어줬다. 그는 2021년 칩 설계기업 ‘스모 마이크로일렉트릭스’를 세웠다. 스모는 설립 1년 만인 2022년 투자금 수억 위안을 따냈다. 그의 팀은 전기차·전력망 등에 쓰이는 최첨단 반도체 50여 건을 개발했다. 이에 중국은 일부 분야에서 ‘수입산 대체’란 쾌거를 거뒀다. 그와 한 몸인 칭화대 연구실은 ‘세계 일류의 반도체 칩을 만든다’는 목표로 쑨난의 이름을 걸고 운영된다. 지난 6월 기준 쑨난의 제자 27명 중 11명이 베이징대 등 대학에서 제2의 쑨난을 키우고 있다.

쑨난 외에도 하이구이는 많다. 마이크로소프트(MS)·IBM 등에서 AI 연구원을 지낸 치궈쥔 전 플로리다대 교수는 항저우 시후(西湖)대 인공지능(AI)·머신러닝 연구소 ‘메이플’의 연구소장이 됐다. 애플에서 고성능 저전력 CPU 설계를 담당한 왕환위 박사는 지난해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집적회로학과 교수로 ‘금의환향’했다.

차준홍 기자
이런 분위기에서 해외로 갔던 칭화대 졸업생의 60%는 다시 중국에 온다. 지난해 중국으로 돌아온 하이구이 숫자는 129만 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중국은 인재 유치 프로젝트인 천인(千人) 계획을 2008년 시작하며 ‘교육 자력갱생’의 씨앗을 뿌렸다. 암 연구자인 스이궁(施一公) 항저우 시후대 창립자는 미국 12개 대학에서 러브콜을 받다가 프린스턴대 교수로 갈 만큼 뛰어났다. 그런 그가 모교 칭화대의 요청으로 2008년 귀국했다. 그는 중국이 제정한 ‘미래과학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원) 상금을 받았다. 2018년엔 미 캘리포니아공과대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을 목표로 시후대를 세웠다.

하이구이의 활약 덕에 중국에선 ‘해외 유학 안 가도 최고 수준의 학문을 배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2020~2024년 중국의 첨단과학기술 인재 수는 1만8805명에서 3만2511명으로 급증해 처음으로 미국(3만1781명)을 제쳤다.





서유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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