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알아서 돈 굴려준다"…요즘 퇴직연금엔 'ETF 오마카세'

중앙일보

2025.09.23 13:00 2025.09.23 13:2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에 있는 황소상 모습. 황소(Bull)는 강세장을 상징한다. 뉴스1
코스피 상승 열풍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총액이 230조원을 넘긴 가운데 포트폴리오를 ETF로만 구성하는 ‘ETF의 ETF(ETF of ETF)’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상품의 공식 이름은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로, 요리사에게 메뉴 선정과 요리 과정을 전적으로 맡기는 오마카세처럼 운용사가 재량에 따라 그 때 그때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ETF를 담아 운용하는 게 특징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내달 ‘TIMEFOLIO 글로벌탑픽액티브 ETF’ 상품을 신규 상장할 예정이다. 현재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강한 모멘텀을 보이는 ETF를 선별해 투자하는 EMP 상품으로, 시장의 주도 섹터와 기업이 바뀔 때마다 능동적으로 리밸런싱(자산 재조정)한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해 초 649개던 국내 EMP펀드 수는 지난 22일 현재 825개로 27% 증가했다. 순자산과 설정액은 각각 3조7474억원, 2조8760억원 수준으로 올해 초 대비 각각 52%, 56% 성장했다. 순자산 100억원 이상 펀드는 16개인데 이들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3.79%, 6개월 평균 수익률은 10%에 달한다. EMP 펀드는 운용자산의 50%이상을 ETF에 투자하는데, 혼합 자산에 따라 상품군도 해외자산배분·채권혼합·글로벌주식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신재민 기자
그동안 EMP 펀드는 KB·미래에셋·키움 등 대형 운용사가 주로 운용해왔다. 앞서 지난 7월엔 삼성자산운용도 ‘삼성알아서투자해주는EMP’, 미래에셋자산운용도 ‘TIGER리츠인프라10채권액티브증권ETF’‘TIGER리츠부동산인프라TOP10액티브부동산ETF’ 등의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번에 독립계운용사인 타임폴리오가 EMP펀드를 내놓는 것을 두고, EMP가 새로운 상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풀이한다.

실제 EMP펀드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글로벌 운용사 블랙록은 ‘아이셰어즈 코어 에쿼티 ETF 포트폴리오(iShares Core Equity ETF Portfolio, 티커 XEQT)’를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운용중인데, 1년 평균 수익률은 20.33%에 달한다. 이 상품은 ‘iSHARES CORE S&P TOTAL U.S. STOCK(ITOT)’ ‘iSHARES S&P/TSX CAPPED COMPOSITE(XIC)’ ‘iSHARES MSCI EAFE IMI INDEX(XEF)’ 등 자사의 다른 ETF 상품을 주로 담고 있다.

신재민 기자
타임폴리오 관계자는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어떤 ETF를 고를지 투자자들의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어 운용사가 자산배분 전략을 맡는 솔루션형 EMP ETF를 출시하게 됐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진 지금 같은 시기에 투자자들이 직접 개별 ETF를 고르지 않아도 글로벌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초(超)분산형 성격을 가진 EMP가 향후 퇴직연금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EMP펀드는 분산투자로 변동성을 최소화해 장기투자에 적합한 만큼 퇴직연금 상품으로서 매력을 갖췄다”며 “타깃데이트펀드(TDF)와 함께 향후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석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