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도민의 36% 요금 면제 자체 전자결제 시스템 효율성 높여 어린이, 급행버스·공항리무진 무료 오영훈 지사 “이동권 실질적 보장”
제주도가 전국 광역단체 중 최초로 청소년(13세~18세) 버스요금을 완전 무료화하고, 양방향에서 승·하차할 수 있는 섬식 정류장과 양문형 버스 등을 운행한다.
제주도는 “지난 8월부터 제주도내 일반 시내버스의 청소년 버스요금(850원) 무료화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그동안 제주에서는 청소년에 대한 버스비 지원이 통학 목적에 한정됐으나 모든 이동 항목으로 요금 지원을 확대했다. 통학 목적 지원은 통학거리 1.5㎞ 이상 중·고등학생에게 등교 일수에 따라 보호자 계좌로 현금을 입금해왔다.
제주도는 이번 개편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청소년이 전 노선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어린이도 기존 시내버스에 더해 급행버스와 공항리무진까지 무료 탑승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제주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6~12세 어린이 등이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하게 됐다. 청소년(4만2000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도민의 36%(25만명)가 요금 면제를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청소년 버스요금 재원은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가 각각 80억6000만원, 14억4000만원씩 분담한다. ‘ON나라페이’라는 자체 전자결제 인프라를 구축해 효율성을 높였다. 제주도가 개발한 금융결제시스템인 ‘ON나라페이’는 운영 수수료 0.9%로 기존 T머니(2.25%) 등 민간 결제시스템보다 낮고, 전용 단말기를 활용해 실시간 정산·관리가 가능하다.
제주도는 또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 사업에 64억원을 투입해 서광로 구간을 5월부터 개통해 운행 중이다. BRT는 버스와 일반 차량을 분리하는 전용 주행로에 도착정보시스템 등을 갖춰 급행버스를 운행하는 체계다. BRT 고급화는 기존 체계에 섬식 정류장과 전국 첫 양문형 시내버스 등 신기술을 접목하는 게 골자다.
제주도는 이번에 개통할 서광로 구간을 포함한 1단계 사업으로 2026년 말까지 동광로~노형로, 중앙로 구간(10.6㎞)을 구축한다. 2단계는 2026년부터 2029년까지 노형로~연삼로~일주동로(18.6㎞) 구간, 3단계는 2029년부터 2032년까지 연북로~번영로(11.3㎞) 구간을 진행한다. 서광로 구간은 제주시 광양사거리에서 연동 입구까지 3.1㎞다. 이 구간에 섬식 정류장 6개소와 양문형 버스를 운행 중이다.
섬식 정류장에서는 좌측에서 승·하차하고, 기존 정류장에서는 우측에서 승·하차를 하게 된다. 정류장이 도로 중앙에 설치돼 한 곳에서 양방향 버스를 모두 탈 수 있다. 도로 양쪽에 따로 정류장을 만들 필요가 없어 공간 활용도가 높아졌다. 1차로는 버스전용차로로 지정해 버스의 정시성을 높였다. 정류장은 밀폐형 대기 공간이 생겨 궂은 날씨에도 쾌적한 승하차가 가능하다. 또 실내에 냉난방기, 온열 의자, 충전기, 버스정보안내기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BRT 도입 효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제주연구원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매주 1회씩 오전 8시부터 오전 9시 사이 BRT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의 이동 속도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제주시 연동에서 용담 방면으로 가는 버스의 평균 속도가 시속 14.7㎞로, 개통 전(시속 10㎞)보다 47%(시속 4.7㎞) 향상됐다. 반대 방향인 용담에서 연동 방면 이동 속도도 시속 16㎞로, 개통 전(시속 11.7㎞)보다 37%(시속 4.3㎞) 빨라졌다.
제주도는 지난해 양문형 버스 72대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 28대를 추가로 확보해 30%가량 빠른 이동 속도와 정시성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청소년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과 BRT 고급화 사업은 도민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의미 있는 변화”라며 “이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고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