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인공지능(AI) 칩 강자 엔비디아와 챗GPT 개발업체 오픈AI가 추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AI 버블 우려를 다시 점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블룸버그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엔비디아는 오픈AI에 최대 1천억달러(약 140조원)를 투자해 엔비디아 칩이 탑재된 10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의향서(LOI)에 서명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10GW 규모의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400만~500만개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협약의 구체적인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엔비디아의 첫 100억달러 지분 투자가 내년 하반기 양산이 시작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인 '베라 루빈'을 사용해 1GW 규모로 짓는 데이터센터가 배치될 때 투입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 거래가 엔비디아가 시장을 떠받치고 기업들이 자사 제품에 지출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자금을 제공하면 오픈AI가 그 자금으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는 것으로, 이번 거래가 일종의 '밴더 파이낸싱' 형태라는 지적이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고객 노트에서 "이것은 분명히 '순환' 우려를 부채질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주식에 대해 '매도' 투자 의견을 유지해온 시포트 글로벌 증권의 제이 골드버그 애널리스트는 이번 거래가 순환 자금 조달 냄새가 나며 "거품 같은 행동"을 상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좋을 땐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고, 수치도 훨씬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 사이클이 바뀌면, 경기 사이클은 결국 바뀌는데, 경기 하락 국면에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투자자 노트에서 이러한 구조가 AI 분야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짚었다.
엔비디아에 대한 이러한 우려는 AI 붐이 지속되는 동안 다양한 수준에서 나오곤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피치북 데이터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지난해 AI 기업을 대상으로 50건 이상의 벤처 투자에 참여했고 올해는 그 수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AI 모델 개발 업체와 클라우드 제공업체를 포함한 이들 기업 중 일부는 투자받은 자본으로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번스타인 리서치의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이번 오픈AI에 대한 투자 규모는 "다른 모든 투자를 압도한다"며 이번 거래는 "이전보다 이런 우려를 훨씬 더 뜨겁게 부채질할 것이다. 거래의 근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오픈AI에 대한 투자가 엔비디아 제품의 "직접 구매"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엔비디아가 밝혔다고 라스곤은 덧붙였다.
이번 두 AI 강자 간 협약 발표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불을 지핀 AI 버블 위험이 다소 누그러지는 듯한 시기에 나왔다.
올트먼 CEO는 지난달 "오픈AI가 아주 머지않은 미래에 데이터센터 건설에 수조 달러를 쓸 것"이라면서도 일부 AI 스타트업 평가 가치가 비합리적이라며 현재의 AI 투자 열풍이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고 본다고 인정하면서 AI 거품론이 일었다.
이후 2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가 향후 견조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거품론이 누그러들고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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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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