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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행정부, 전문직 'H-1B'비자 추첨도 변경…고임금자 우대

중앙일보

2025.09.2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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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H-1B 비자 신청서.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수료를 10만 달러로 인상한 전문직용 H-1B 비자 추첨 방식을 고임금·고숙련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변경한다.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은 추첨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로이터통신과 미 NBC방송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미 국토안보부(DHS)는 이 같은 내용의 H1-B 비자 개편안을 공표했다.

개편안은 특정 연도에 비자 신청이 쿼터를 초과할 경우, 임금 수준별 구간을 만들어 고임금 일자리를 우선 선정한다는 내용이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로, 추첨을 통한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으로 제한돼 있으나 매년 발급 상한을 초과했다. 올해 3월 마감한 마지막 H-1B 비자 추첨 등록에는 약 33만9000명이 신청, 이 중 12만141명이 선발됐다.

현재 H-1B 비자 신청 기회는 무작위로 배정된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은 무작위 추첨 대신 더 높은 임금과 숙련도를 갖춘 외국인 근로자에게 가중치를 둔다. 지원자를 4개 임금 구간으로 나눠 가장 높은 임금 수준에는 네 차례, 가장 낮은 임금 수준에는 한 차례의 추첨 기회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규정은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이 앞으로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빠르면 2026년도 비자 추첨을 위한 3월 신청 전에 시행될 수 있다.

국토안보부는 이 제도에 대해 “고용주들이 H-1B 근로자에게 고임금·고숙련 직책을 제시하도록 유도하고, 저임금·저숙련 직무를 채우기 위한 광범위한 활용을 억제할 것”이라며 가중치 방식이 원래 비자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새 제도가 시행되면 H-1B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총임금이 2026 회계연도 5억200만 달러, 2027년 10억 달러, 2028년 15억 달러, 2029∼2035년 연 2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현재 H-1B 비자를 활용하는 중소기업 약 5200곳은 노동력 상실로 인해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인도와 중국에서 온 저임금 IT 직종 근로자를 채용하려는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H-1B 승인자 국적은 인도가 71%로 1위였고, 이어 중국이 11.7%로 두 번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자신이 서명ㄴ H-1B 비자 수수료 인상 포고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H-1B 비자 수수료를 연간 1인당 1000달러에서 100배인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로 대폭 올리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수수료 인상 배경에 대해 미국 기업들이 H-1B 비자를 이용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 인력을 들여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미국에 일시적으로 노동자를 데려와 고숙련 업무를 수행하라고 마련됐으나, 미국 노동자를 보완하기보다 저임금·저숙련 노동력으로 대체하기 위해 악용됐다”며 “체계적 남용을 통해 미국 노동자를 대규모로 대체한 것은 경제 및 국가 안보를 훼손해왔다”고 지적했다.



조문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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