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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총리 "불공정 규칙에 글로벌 격차 확대…선진국, 의무 다해야"

연합뉴스

2025.09.2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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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서 '美 일방주의' 우회 비판하며 '中 역할 확대' 역설 "WTO 협상서 새로운 특별 차별 대우 추구하지 않을 것"
中총리 "불공정 규칙에 글로벌 격차 확대…선진국, 의무 다해야"
유엔서 '美 일방주의' 우회 비판하며 '中 역할 확대' 역설
"WTO 협상서 새로운 특별 차별 대우 추구하지 않을 것"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리창 국무원 총리가 유엔 회의에서 다자주의·자유무역을 수호하고 개발도상국 발전을 돕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과 차이를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2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 연설에서 "현재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고조되면서 국제 개발 협력이 심각한 충격을 받았고, 세계 경제 성장 동력이 약해졌으며, 기존 자원(存量)에 대한 쟁탈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면서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면 발전에 주목하고 발전을 추동해 발전의 케이크를 함께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디커플링'과 진영 대결은 글로벌 경제를 해치고 국제 질서를 파괴해 더 큰 리스크를 가져올 뿐"이라면서 "우리는 응당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을 수호하고 다자주의·자유무역을 견지하며 개방형 세계 경제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맹주를 자처하는 만큼 이날 연설에서는 '선진국의 책임'을 요구하는 내용이 전면에 배치됐다.
리 총리는 "최근 글로벌 남북의 발전 격차가 더 두드러졌는데, 그 배후에는 권리·기회·규칙의 불평등과 불공정이 있다"며 "일부 선진국은 개발 자금 조달 등 약속을 이행하려 하지 않고, 심지어 국제개발기구에 자금 공급을 끊어 글로벌 남북 협력을 상당한 정도로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선진국은 의무를 이행하고 개발도상국의 수요를 더 많이 신경 써서 발전 불균형·불충분의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언급은 '미국'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으면서도 최근 대외원조 조직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해체한 미국의 행태를 우회 비판하는 한편, 세계 질서를 이끌고 수호하는 국가로 중국을 내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날 리 총리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장벽 쌓기'와 '과학·기술 봉쇄'에 반대하고, 기술 이전과 지식 공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세계적인 기후변화 공동 대응의 필요성도 역설해, 같은 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기후변화를 부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조를 이뤘다.
리 총리는 이날 "중국은 책임지는 개발 도상국으로서 세계무역기구(WTO)의 현재와 향후 협상에서 새로운 특별 차별 대우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국제 무대에서 중국이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벗어나 책임 범위를 넓히겠다는 뜻도 밝혔다.
또 지난 4년 동안 중국 주도로 GDI가 글로벌 사우스 진흥에 230억달러(약 32조원)를 투입했고 1천800여건의 협력 프로젝트를 벌였다며 앞으로 5년 동안 2천개의 '작지만 아름다운'(小而美) 민생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리 총리는 중국이 지난 7월 세계 인공지능 협력기구 설립을 제안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AI플러스'(AI와 각 산업을 결합하는 중국의 발전 전략) 국제 협력 이니셔티브를 제안했고, '녹색 격차' 해소를 위한 신에너지 협력에도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리 총리는 같은 날 캐나다·오스트리아 총리도 잇따라 만나 양자 관계를 개선하고 다자주의·자유무역을 함께 지키자고 했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중국은 오랫동안 캐나다의 제2대 무역 파트너였고, 올해 들어 양국의 무역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캐나다와 함께 이 좋은 추세를 계속 잘 유지하고, 대화·협상을 통해 서로의 경제·무역 우려를 해결할 용의가 있다. 캐나다가 중국 기업에 공평·비차별 영업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크리스티안 슈토커 오스트리아 총리에게는 "오스트리아가 유럽연합(EU)의 중요한 회원국으로서 EU가 전략적 자율성과 장기적 시야로 중국-EU 관계를 바라보도록 이끌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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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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