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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마녀사냥"…익산시, '로컬푸드 매장' 수사 의뢰

중앙일보

2025.09.23 22:47 2025.09.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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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로컬푸드직매장 어양점에서 불거진 횡령·배임 의혹과 관련, 권혁 익산시 바이오농정국장이 23일 익산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감사 결과 조합 측이 매장 운영 수익으로 조합원에게 부당하게 배당하는 등 계약 위반 사실이 드러나 계약 해지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 익산시


익산시 “감사 결과 불법 정황 확인”

전북 익산에 있는 한 로컬푸드(local food, 장거리 운송 과정을 거치지 않은,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매장이 횡령·배임 의혹에 휩싸였다. 익산에서 재배된 농산물만 파는 이 매장은 농협·지자체·민간에서 운영하는 전국 로컬푸드 매장 400여 곳 중 실적·자주성 등에서 상위 1% 안에 드는 ‘최우수 매장’으로 꼽힌다. 익산시는 “불법 정황이 확인됐다”며 매장을 위탁 운영해 온 협동조합에 대한 계약 해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조합은 “조합의 자율성을 짓밟는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익산시는 24일 “감사 결과 익산로컬푸드직매장 어양점 위탁 운영 주체인 익산로컬푸드협동조합 측이 매장 운영 수익으로 조합 소유 땅을 사거나 일부 조합원에게 부당하게 배당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계약 해지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조합의 위탁 운영 계약 기간 종료 시점은 내년 2월 28일이다.

익산시에 따르면 해당 조합은 지난해 어양점 직매장 운영 수익으로 조합 소유 토지(110평)를 사들였다. 농가 가공 시설과 안테나숍·정육식당 등을 만들어 지역 이주 여성 농민과 조합원 900여명의 수익 증진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자 익산시는 “위탁자(익산시) 승인 없이 조합이 토지를 구매한 행위는 위탁받은 행정 사무 범위를 넘어선 계약 위반”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조합 측에 서면으로 경고했다.

익산로컬푸드협동조합 조합원 200여명이 지난 23일 익산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익산시가 계약 해지를 위해 조합을 범죄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계약 해지 방침을 철회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 익산로컬푸드협동조합


조합장 등 2명 수사 의뢰

이와 함께 조합 측이 농산물을 출하하지 않은 조합원 270여명에게 운영 수익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권혁 익산시 바이오농정국장은 “매장 운영 수익은 위탁 사업 운영과 관련해서만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산시는 매장 내 정육점이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6∼10월 돈육(돼지고기) 매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정황을 포착, 오동은 익산로컬푸드협동조합 조합장과 전 정육점 담당 팀장 등 2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19일 익산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지역 소농·영세농·고령농의 안정적인 농산물 판매와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한 결과 2022~2024년 3년 연속 연간 100억원 매출액을 기록하고, 2018년에 이어 올해도 ‘협동조합 대상’을 수상했다”며 “익산시가 계약 해지를 위해 조합을 범죄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합원 200여명은 지난 23일 익산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조합은 2016년부터 인건비와 시설 관리·유지비 지원 없이 익산시에 임대료(1년 1600만원)를 지불하고 매장을 적법하게 운영해 왔다”며 계약 해지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오동은 익산로컬푸드협동조합 조합장이 23일 익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은 2016년부터 인건비와 시설 관리·유지비 지원 없이 익산시에 임대료(1년 1600만원)를 지불하고 매장을 적법하게 운영해 왔다"며 계약 해지를 추진 중인 익산시를 향해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 익산로컬푸드협동조합


조합 측 “제2 매장 설립, 정헌율 시장과 협의”

조합 측은 “토지 매입은 지난해 익산시 ‘6차 산업 고도화 지원 사업’을 신청하기 위해 조합 총회를 통해 추진한 것”이라며 “토지 구매 자금은 수년간 모은 사업 확장 적립금을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2020년 9월 10일, 2021년 10월 21일 두 차례 간담회에서 ‘조합원 실질 소득 감소로 제2 매장 설립이 필요하다’는 조합 요구에 정헌율 익산시장이 “사업 운영 수익으로 조합에서 알아서 추진하라”고 답했고, 이후 익산시 담당 부서와 협의해 왔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조합에 따르면 계약상 매장 운영 이익은 조합의 이익으로 하고 이는 정관에 따라 사용하게 돼 있다. 조합원 배당 관련해선 “지난 10년간 감사를 받았고 경영 공시도 했는데 그간 아무 문제 없었다”고 주장했다.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 조합 측은 “지난해 6월 직매장 인근 대형 마트 입점으로 발생한 심각한 매출 하락을 회복하기 위해 정육점 자체적으로 할인 행사를 한 탓에 정육 마진이 18%가량 하락했다”고 해명했다. 오동은 조합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익산시는 정당한 운영권을 가진 조합을 상대로 통상적인 사무 감사 범위를 넘어서는 50여일간 감사를 진행하며 각종 자료 요구와 업무 지시로 조합과 매장 업무를 마비시켰다”며 “행정의 불법·부당한 조합 흔들기에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준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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