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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스승' 천공 "尹 구속 장점도…밖이면 술밖에 더 먹겠나" [월간중앙]

중앙일보

2025.09.23 23:00 2025.09.2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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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 인터뷰] 정신적 지도자 자처한 '윤석열의 스승'

“내 강연 본 김건희, 난국 해결했다며 만남 요청해 인연”
“대선 출마 후 만난 적 없어, 동선 겹친 건 순전한 우연”

천공은 9월 11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그는 자신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신적인 지도자로 자처, 아직 제자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기웅 기자
이천공. 출생연도와 출신이 불분명한 그는 스스로 교주도 도인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죽으려고 입산했다가 유체이탈로 천상계를 드나들며 삼라만상을 공부했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이력을 내세운다. 세상엔 온갖 인간군상이 널려 있으니 이런 기묘한 인물도 존재해야 세상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곤 하나, 문제는 전직 대통령 부부가 그와 소통하며 잠시나마 스승으로 섬겼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집권 초기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집한 여러 오판(誤判) 중에는 국민들로선 끝내 납득하지 못한 사안이 여럿 있었는데, 아직까지 논란이 불식되지 않은 게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다. 본인의 집권 5년을 좌우할 문제인 데다 안보와 경호, 상징성까지 죄다 얽힌 중대한 사안이었으나 국민들을 설득시킬 설명도, 명분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 내외가 무속인들과 잦은 교류를 가져온 터라 미신과 주술의 영역에서 용산이 점지됐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더해 김건희씨가 하필이면 10여년 전부터 관심을 가진 천공이 예전부터 “용이 여의주를 들고 용산에 들어가야 한다”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주장해 왔다는 점과 엮이며 국가권력 배후에 천공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퍼지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자신의 제자라던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천공은 가슴속에 무슨 소회를 품고 있을까. 한 시대 권력의 주변을 맴돌며 수많은 의혹을 낳았던 천공을 만났다. 9월 11일 그는 하얀 도포에 긴 머리와 흰 수염을 휘날리며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인터뷰는 사실과 소문을 구분하는 것 이상의 목적은 두지 않기로 했다.

그는 대화 중 스스로를 ‘이 사람’이라고 칭하거나 더러 앞뒤가 맞지 않는 이중적인 화법을 사용했는데, 독자들이 그의 온전한 모습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불필요한 손질은 하지 않았다.



용산 이전 직접 조언한 적 없다



Q : 윤 전 대통령 내외와 일찍이 알고 지냈다는 건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 다만 언제 만났는지에 대해선 본인의 증언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A :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처음 만났다. 사모님(김건희씨)이 정법시대(천공의 사설 연구소)에다가 연락해서 나를 뵐 수 없겠느냐 요청해 인연이 생긴 것이다. 한 3~4년쯤 내 강연을 듣다가 너무 어려울 때 가르침을 응용했더니 잘 풀려서 감사하다고 했다. 어려울 때는 내가 도와줘야 하고 찾아오면 도와주지만, 안 찾아오면 나는 안 돕는 사람이다.”


Q : 대통령 출마 후에는 안 만났나?
A : “두 번 다시 안 만난 적이 없다.”


Q : ‘안 만난’ 적이 없다고?
A : “그러니까 출마하고는 만난 적도 없고, 전화 통화도 한 적이 없다.”


Q : 평소 하늘에 접한다는 표현을 자주 쓰던데?
A : “30대가 돼서 이런 세상은 안 살겠다고 죽으러 입산했는데 가자마자 나 자신을 깨우쳤다. 그러고 17년을 더 있었다. 4년째에 이르러 육신과 영혼이 분리돼 차원계에 가서 공부하고…”


Q : 차원계?
A : “육신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시(23시 30분)가 되면 내 영혼이 차원계에 들어가 공부했고 그러면서 자연의 이치를 깨우쳤다. 그게 유체이탈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Q : 본인과의 친분이 드러나며 윤 전 대통령 내외가 무속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 “나한테 1년 이상 공부하는 사람은 전부 이 사람의 제자가 되는 거다.”


Q :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는 건가?
A : “1년 이상 배우는 사람은 다 제자다. 근데 이 사람이 공부하는 게 뭔지를 알아야 얘기가 되는데, 이 사람은 홍익인간이 바르게 살아야 하는 법칙을 공부시킨다. 인성 교육이다.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치를 한다면 정치인은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모자라면 가르쳐야 하는 거다.”


Q : 그럼 본인은 정치에도 통달한 건가?
A : “자연의 이치를 깨우치면 타인의 어려움이 보인다. 다 알게 된다. 짧은 시간에 설명하기는 참 힘든 거다.”


Q : 그렇다면 제자인 윤 전 대통령의 부족한 면은 뭐였는가?
A : “대통령은 대통령학을 공부하러 5년 동안 들어간 것이다. 근데 들어가서 처음부터 대통령 행위를 해버리니까 잘못되는 거다.”


Q : 대통령이 5년 내내 공부만 하는 자리인가?
A : “2013년 이후로 우리나라 대통령도 국제적인 지도자들을 만날 수 있는 위치가 됐다. 그들을 만나고 공부하면 우리가 뭘 해야 할지 눈에 보이는 지혜가 생긴다. 그렇게 5년 동안 대통령학을 마치고 이 나라가 인류에 어떻게 쓰일 것인가, 그러니까 국제적인 정치인을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키우는데, 그런 사람이 안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Q : 그러니까 윤 전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행위를 해서 국정 지지율이 낮아졌다?
A : “그건 밖에서 보는 관점이고, 윤 전 대통령은 어떻게든 풀어가려 했던 거다. 누구든지 말려 들어가면 대통령 행세를 한다.”


Q : 행세?
A : “윤 전 대통령만 그런 게 아니고 누구든지 그렇게 했다. 그러다 보니 국제적으로는 지도자들을 만나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기 위해 성장한 대한민국이 지금 국내에서 허우적거리고…”

다소 난해한 국면으로 접어들자 천공은 자신의 세계에 떠도는 말들을 꺼내놓으며 한동안 길게 대답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중간중간 ‘응’이라는 추임새를 넣는가 하면, 곁에 둔 흰 수건과 부채를 오른손으로 만지작거리곤 했다.

기자가 첫 대면 때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자 그는 “원래 하지 않는다”며 오른손을 거둬들였다. 최기웅 기자


앞뒤 다른 이중적인 화법



Q :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한 적 있나?
A : “나는 한 7~8년 전에도 유튜브에서 그 소리를 했고, 4년 전에도 했다.”


Q : 그와 관련해 김건희씨가 조언을 구한 적은?
A : “유튜브가 다 같이 보도록 해놨지, 너(김건희씨)만 보라고 해놓은 건 아니잖나. 내가 그 당시 윤 전 대통령한테만 말한 것도 아니고, 함께 만난 것도 아니고, 국민이 물어서 풀어준 거다. 또 사무실이 용산에 있었으니까.”


Q : 사무실이라면 정법시대를 말하나?
A : “그렇다. 용산이 엄청난 기운을 가졌는데 이걸 쓸 사람이 안 나왔다. 오히려 주한미군처럼 외국의 힘 있는 사람들이 차지해서 우리 민족이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앞으로는 이 땅을 바르게 써야 한다고 가르쳐주면서 그런 소리들이 나온 거다. 그걸 윤석열 부부가 볼 수도 있고, 이재명 부부가 볼 수도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볼 수도 있는 거다.”


Q : 아무튼 용산 이전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A : “나중에 모 유튜브 채널에선 내가 전과 17범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놓고 방송들도 다 달려들어 소문을 냈다.”

앞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등은 2022년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관저 물색 과정에서 천공이 용산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다녀갔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 서울경찰청이 수사에 나섰으나 천공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Q : 당시 경찰의 조사 대상이기도 했다.
A : “난 입건이 안 됐으니까. 출석 요구는 있었다.”


Q : 그때 왜 출석을 안 했나?
A : “내가 하지도 않은 거를 포토라인에 세워 기자들 쫙 모이게 만들어놓고 때려잡는 거잖나. 그런 망신주기가 어딨나. 나는 그런 거 상대 안 한다. 만일 내가 관여했다면 법으로 나를 입건시키면 된다.”

한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7월 ‘대통령실 이전 개입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다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건진법사 전성배나 정보사령관 출신으로 신내림을 받았다는 무당 노상원이 윤 전 대통령 내외와의 유착 의혹으로 구속된 것과 달리 천공은 여전히 자연인 신분이지만, 그의 거취가 달라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Q : 이후에도 국정 개입 의혹은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대외 활동과 동선이 종종 겹쳤는데?
A : “나는 전국을 다니는 사람이다.”


Q : 김건희씨가 서천을 방문한 다음 날 선생이 김기웅 서천군수를 만난 것도 우연인가?
A : “나한테 이제 그 정보(김건희씨의 방문 추정)가 들어왔다. 수행자가 사회에 처음 나오면 나라의 기운을 살펴줘야 한다. 누가 인연이 되면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전국을 다니며 어떻게 기운을 잡아줄까, 그런 게 있는 거다. 그래서 서천 한산을 갔을 때는 (모시) 축제 때가 겹쳤는… 나는 그 양반이 오는 줄도 몰랐다. 뭐가 겹쳤나 보다. 그런 게 한 서너 번은 있었다.”


Q : 그러면서 2022년 9월 미국 뉴욕의 유엔 총회 땐 윤 전 대통령 일정을 알고 일부러 갔다고 했다.
A : “볼일 때문에 미국에 가 있었는데 대통령이 언제쯤 온다고 알려줘서 겸사겸사 유엔본부 근방의 공원에 들른 거다. 그때 공항에서 나를 봤다고 대통령을 미국 가서 만나지 않았느냐 뉴스가 나왔는데 나는 만난 적도 없다.”


Q : 유엔본부엔 뭘 하려고 간 건가?
A : “대통령이 미국에서 활동한다는데 그 탁한 기운들이 어떤지도 살피고, 대한민국을 나와 (국제무대에서) 큰일을 한다고 그러면 정신적인 지도자가 기운을 다스려줘야 한다.”


Q : 정신적인 지도자?
A : “이 사회엔 정신적인 지도자가 할 일이 있고,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모든 일에는 각자에게 포지션이 주어진다.”


Q : 관리자가 윤 전 대통령이었단 얘긴가?
A : “그렇다.”


Q : 정신적인 지도자는 선생이고?
A : “나는 나대로. 다른 정신적인 지도자가 있을 수도 있고. 그런데 내가 기운을 다스린다고 하면 또 이상하게 프레임을…”


Q : 윤 전 대통령 내외가 무속인을 많이 만난 건 사실이다. 그러다 결국 사고가 터졌다. 이런 면은 어떻게 보나?
A : “사고가 터졌다고 그래야 하나? 옛날엔 왕의 부인들이 절에도 다니고 유명한 도인도 찾아가면서 살았다. 워낙에 큰 자리니까. 근데 사실은 좀 약했다.”


Q : 약했다?
A : “영부인이라는 자리보다 내(김건희씨 추정)가 힘이 좀 약했다. 그러면 누구한테든 도움을 받는 일은 분명히 생긴다. 다만 내(천공 추정)가 저런 사람(무속인)을 만나면 안 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은가.”

천공은 윤석열 전 대통령 내외를 둘러싼 무속 논란의 시위를 당긴 장본인이다. 건진법사 전성배나 정보사령관 출신으로 신내림을 받았다는 무당 노상원이 구속된 것과 달리 자연인 신분이지만,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그와 관련된 대통령실 이전 개입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최기웅 기자


구치소 간 尹, 차라리 잘 됐다?



Q : 선생에겐 의견을 안 물어본 건가.
A : “안 물어봤으니까 말을 안 했다. 안 찾아오니까 나도 안 만났고.”

하지만 왕의 부인이 어떤 종교인을 만나는 건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얘기고, 국민들 상식에선 김건희씨가 추상적인 영역의 인물과 소통하는 것에 불편한 시각이 굉장히 많았다.
“일반적인 사람이 볼 때 이야기다. 그분이 어디에다가 의지한 건 있을 거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내 관점에선 윤 전 대통령의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를 돕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Q : 한 명도?
A : “윤석열이란 덩어리에 붙어서 성장하려는 사람은 있어도 그의 편이 없다. 누가 자기 사람이라고 오기는 하는데 딴짓을 하거든. 하여튼 그거 이야기하면 복잡해지고.”


Q : 대통령은 하늘이 내리는 자리라고 했는데?
A : “그렇다.”


Q : 이재명 대통령도 하늘이 내린 건가?
A : “지금 이 나라에 대통령이 있나?”


Q : 윤 전 대통령 내외는 모두 구치소에 있다. 이를 어떻게 보나?
A : “윤석열 시대는 안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들어갔는데 뭐 어떤가? 장단점이 있다. 밖에 있으면 살해당할 수도 있다. 오히려 그 안에서 부족한 공부나 하고 그러면 보호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나와 있으면 술밖에 더 먹겠나? 이런 판국에 밖에 놔두면 술밖에 더 생각나겠냐고.”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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