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코리아가 한국을 항공우주 산업의 핵심 파트너라고 강조하며, 국내 산업계와의 협력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윌 셰이퍼 보잉코리아 대표는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보잉·대한민국 파트너십 7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은 혁신 성장, 첨단 제조 기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인력을 자랑한다”며 “항공우주 산업의 미래를 위한 보잉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과 한국의 협력은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국민항공(현 대한항공)이 보잉 제작 DC-3 항공기를 도입하며 한국 상업 항공의 기반을 마련했고, 같은 해 한국 공군은 F-51D 머스탱 전투기로 첫 전투 임무를 수행하면서 한·미 군사 협력의 물꼬를 텄다.
민항 분야에서 대한항공은 보잉의 대표적 고객사다. 1973년 첫 보잉 747 도입으로 장거리 국제선 기반을 구축했고, 지난 8월에는 총 103대, 362억 달러(약 50조 53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항공기 구매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대한항공 역사상 최대이자 아시아 항공사 가운데 최대 규모의 보잉 항공기 발주로 꼽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에어프레미아·티웨이항공·제주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도 보잉의 중요한 고객이다. 현재 한국에서 운용 중인 보잉 민항기는 약 270여 대로, 국내 민간 항공기 시장 점유율은 63%에 달한다.
보잉은 단순 고객 관계를 넘어 한국 기업과의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975년 항공기 정비·제작 사업에 진출하며 보잉 공급망에 합류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1999년 설립 이후 보잉의 핵심 공급업체로 성장했다. 현재 국산 부품은 소형기 737부터 대형기 787 드림라이너까지 주요 기종에 납품되고 있다. 셰이퍼 대표는 “한국은 PwC의 2024년 항공우주 제조 매력도 평가에서 세계 3위를 차지했다”며 “방산 제조 경쟁력, 빠른 수출 증가, 자주 국방 역량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보잉은 방산 분야에서도 KAI, 한화, LIG넥스원, LG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F-15K 전투기 개발 과정에서 항전 장치와 비행 제어 시스템을 공동 개발했고, 아파치 헬기의 동체 제작은 KAI가 맡고 있다. LG·LIG넥스원과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 차세대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셰이퍼 대표는 “한국 정부가 2027년까지 글로벌 방산 4대 수출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보잉도 한국 기업과 공동 개발·공동 생산을 통해 제3국 수출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은 한국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투자 규모는 3억2500만 달러(약 4534억 원)였으며, 협력사 부품 조달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세이퍼 대표는 “2026년 777 등 차세대 기종 생산 확대에 맞춰 국내 투자 규모가 최대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아셈타워에 위치한 보잉코리아기술연구센터(BKETC)는 보잉의 한국 연구 거점이다. 현재 100여 명의 엔지니어가 근무하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인공지능(AI), 항전·전자공학, 데이터 솔루션, 모델 기반 엔지니어링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차세대 항공기 운영체제인 ‘보잉 리눅스’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일부는 정기적으로 미국 본사에 파견돼 생산 시스템에 AI를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보잉은 올해 연구개발(R&D) 인력을 20%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세이퍼 대표는 “한국의 우수한 연구개발 인재들과 함께 차세대 항공우주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방산 산업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공동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